[김호이의 사람들②…]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 "고길동 이해되면, 당신은 어른이 된 겁니다"

김수정 작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고 만화가의 길을 걸어온 지 50년이 됐다.
어린 시절의 꿈을 놓지 않았고, 둘리를 세상에 내놓으며 한국 만화의 길을 넓혔다.
만화는 그에게 직업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50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창작은 죽을 때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 말하며, 디지털 툴을 익히고 새로운 이야기와 형식을 탐색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창작의 여정 속에서도, 김수정 작가는 변함없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삶의 작고 위대한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수정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게 데뷔 후 몇 년만인가
- 75년에 데뷔를 해서 둘리가 83년에 나오면서 제 이름도 알려지게 됐다. 데뷔 8년만이다. 당사자한테는 엄청 늦은 거고 작가로서의 길로 봤을 때는 늦은 건 아니다(웃음). 기간적인 건 의미가 없고 이 길을 가는 건 돈과 명예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가는 거다. 가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는 거다. 작가로 성공해야겠다고 의식하면 가는 길이 더 힘들다.  
1983년도에 보물섬에 둘리가 연재가 되면서 김수정 작가의 이름도 알려지게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1983년도에 보물섬에 둘리가 연재가 되면서 김수정 작가의 이름도 알려지게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만화가로서 생성형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활용할 방법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걸 이용하는 단순한 오락거리다. 작가 입장에서는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캐릭터를 입력하고 자료를 뽑아내면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작가가 더욱 치열해져야 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야된다. 

당시 성우들은 어떻게 섭외를 했나. 둘리 캐릭터와 어울리는 목소리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KBS에서 방영했을 때는 KBS에서 섭외를 했다. 얼음별대모험 때는 KBS에서 방영했을 때의 둘리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나갔다. NEW 둘리 때는 성우진을 바꿨다. KBS와 얼음별대모험에서의 둘리는 순박한 느낌이었는데 NEW 둘리에서는 공룡처럼 사납게 표현을 해서 반항적인 느낌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성우진을 바꿨다. NEW 둘리에서는 신진급 3세대 성우들을 선발했다.    


당시 성우들에게 ‘아기공룡둘리’를 어떤 만화라고 소개했었나
- 성우분들이 작가인 저보다 둘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서 특별한 주문사항은 없었다(하하).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둘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나왔다 사진김호이 기자
둘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나왔다. [사진=김호이 기자]


만약 둘리를 지금 처음 만든다면, 어떤 모습으로 재해석하겠나
- 기본은 건드릴 수 없다. 캐락터의 기본 성격은 그대로 가져가되, 새로운 스토리들이 추가되면서 시대에 맞게 흘러 가야된다. 지금 시점에서 80년대 이야기를 할 수 없지 않나. 2000년대에 맞는 이야기를 넣어서 만들고 싶다. 

만약 서브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다면 누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나
- 서브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든 적은 없다. 다만 브랜드와 콜라보를 할 때 고길동이나 마이콜과 관련된 콜라보 상품 기획안이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고길동의 이야기와 관련된 기획안들이 자주 들어온다. 서브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할 생각은 아직 없다. 어떤 만화를 그리더라도 서브캐릭터를 등한시하게 그린 적은 없다. 필요에 의해서 역할이 적긴 해도 이 캐릭터도 알고 보면 삶의 주인공이다. 둘리가 주인공이 아니다. 각 개개인의 성품과 인격을 살려주려고 했다. 옛날 만화를 보면 주인공만 돋보이고 서브캐릭터들은 소품처럼 쓰여지는 게 마음에 안들었다. 엑스트라들도 알고 보면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소품처럼 쓰여지는 건 아니지 않나. 역할은 작아도 개성을 살려주고 싶었다.   
둘리뮤지엄에서 진행된 핵폭탄과 유도탄들 공연 사진 둘리뮤지엄
둘리뮤지엄에서 진행된 핵폭탄과 유도탄 공연 [사진= 둘리뮤지엄]


“꼬불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루 짭짭 후루루 짭짭 맛 좋은 라면~“ 아직까지 회자되고 마이콜, 둘리, 도우너 3인조 밴드 핵폭탄과 유도탄이 부르는 라면과 구공탄 노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 그건 제가 안 만들었다. 민화에서는 당시 유행가를 넣었는데 KBS에서 기획하면서 김두향 씨가 의도적으로 넣은 것 같다. 
구공탄 사진 김호이 기자
구공탄 [사진= 김호이 기자]


라면에 구공탄 끓이면 정말 제맛인가
- 구공탄 쓰면 일산화탄소가 나와서 머리가 아프다. 끓일 데가 없어서 구공탄에 끊인 거다. 그때의 따뜻함이 구공탄이다.
 
마이클 잭슨을 닮아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던 한국인 마이콜은 어떤 캐릭터인가. 21세기에 그려지는 가수 지망생 캐릭터 마이콜은 어떤 모습일까
- 마이콜이 혼혈은 아니고 생김새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 마씨 집안의 태양이다(하하). 원래는 이골인데 노래를 하다보면 앵콜을 받으니까, 마이콜이 된 거다. 마이콜이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에서 나온 것도 있다. 마이콜이 나올 때 마이클잭슨이 최고의 스타였다. 마이콜을 그리면서 20대 초의 스타가 되고 싶은 로망을 담았다. 마이콜이 실력이 좋지 않고 연예인이 되기에는 순박한데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를 담은거다. 지금도 어떤 분야든 스타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꿈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이콜 이상의 순수함과 열정이 있어야된다.
김수정 작가가 그린 마이콜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가 그린 마이콜 [사진= 김호이 기자]


둘리 외에 ‘나만 알고 있는’ 실패한 캐릭터가 있다면 뭔가
- 실패한 캐릭터들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도 ‘작은악마 동동이‘라는 캐릭터인데 원래 이름은 ’아리아리 동동‘이다. 한국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한번 실패한 건 잘 안되더라.  
작은악마 동동 사진 둘리나라
작은악마 동동 [사진= 둘리나라]


둘리의 세계관 속에서 아직 구현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나
-둘리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든 계속 나올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잡다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둘리가 중심이다. 아동틱하고 7살의 세계, 순수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고 본다. 제가 둘리를 못 그려도 누군가에 의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의 아이들과 2020년대의 아이들이 둘리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
- 잘 모르겠다. 보는 아이에 따라서 각기 다르지만 요즘 애들이 둘리를 보면 촌티난다고 할 것 같다(하하).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한국 사회에서 ‘둘리’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나 혹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셨나
- 둘리를 그리기 전까지만 해도 만화는 잉여문화, 쓰레기 문화 취급을 받았다. 둘리가 나오면서 만화가 문화로 인정받고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심정으로는 우리 만화가 하나의 문화로서 캐릭터로서 할 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작가님이 둘리와 단둘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
-둘리뮤지엄으로 와서 놀아야지(하하). 둘리는 만화상에서 안간데가 없다. 아프리카, 우주, 4차원까지 갔는데 만약 둘리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둘리뮤지엄에서 돗자리 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둘리뮤지엄 사진 김호이 기자
둘리뮤지엄 [사진= 김호이 기자]


둘리를 만들 시기 비슷한 고민을 했던 시기의 작가님에게, 지금의 작가님이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하시겠나
- 하루하루가 고민이었다. 지금도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둘리는 저와 평생 함께 가야 될 연 같은 거다. 

김수정이 경험한 만화가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가
- 사는 이야기를 관찰하고 소통하면서 같이 아파하는 일이다.
김수정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직업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몇점인가
- 작가로서의 만족도를 점수로 내기는 어렵다. 제가 해야 될 일이었기 때문에 부부같은 존재다. 내가 그려왔던 작업들이 과연 최선이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에 쫓겨서 작업을 하다보니까 과연 최선을 다해서 그렸나 싶다.  

작가님의 작업에 있어서 시작과 끝은 언제인가. 이정도면 마무리해도 되겠다고 느끼는 작업의 마지막 순간이 궁금하다
- 작업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늘 마음 속에 고래 한 마리가 있어서 언제든 동해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하하).
50년이 지난 지금도 김수정 작가는 그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사진 김호이 기자
50년이 지난 지금도 김수정 작가는 그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사진= 김호이 기자]


과거에 고길동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고길동의 편이 되어 둘리를 싫어하게 된 과거 둘리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사랑은 변하는 거다. 둘리를 처음에 봤을 때는 어린이의 시점에서 순수하게 봤을 거고 커가면서도 고길동을 미워한다면 순수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거고 고길동이 이해가 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된 거다. 둘다 나쁜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오래 행복하게 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살기가 어렵지 않나. 이것이 어떻게 제자리를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제자리를 찾고 안정이 됐으면 좋겠다. 만화를 통해서 웃을 수 있고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화처럼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김수정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와 양지원촬영과 사진 김호이 기자
김수정 작가와 양지원(촬영)과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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