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 언급한 韓 교회, 종교 탄압 주장보다 성찰 필요한 때

최근 미국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교회 압수수색 얘기를 들었다며 우려를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역시 최근 통일교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 미국 매체에 이재명 정부의 정치 종교 탄압이 숨막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처럼 미국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을 거론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해 추측이 무성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인했듯 단순 오해였다는 설부터 정상회담 및 후속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개신교인이 많은 자신의 지지층을 위한 발언이었다는 설 등. 아울러 이들이 가리킨 압수수색 대상이 구체적으로 순복음교회인지 통일교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각종 의혹에 연루되며 위기에 처한 한국 개신교 내 극우 세력이 미국 개신교 내 극우 세력의 힘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계 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현재 3대 특검이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개신교 내 극우 세력부터 시작해 통일교, 신천지, 일광 조계종 및 무속에 이르기까지 각종 종교 세력들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평소 개신교계로부터 이단·사이비라는 비판을 받던 통일교와 개신교 시설이 나란히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이들 모두 종교 탄압이라며 정부를 강력 비판하는 흔치 않은 일도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이들 종교 세력의 연루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치와 종교 간 정교 유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합법적 조사는 필요하다. 

사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종교계, 특히 보수 성향 계열의 개신교계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정권 초부터 각종 실정과 도덕적 문제가 불거지는데도 이를 질타하고 성토하기는커녕 감싸기에 급급했고, 급기야는 위법적·위헌적 계엄을 선포하며 국민들에게 총칼을 들이댄 윤석열 정부를 옹호 및 동조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의 각종 비위가 드러나며 자신들이 지지했던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옹호했던 개신교계 주요 인사들의 반성 혹은 참회의 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했던 것이 진정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강한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아마 개신교계가 현재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만큼이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면 계엄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국 개신교는 약 150년 역사 동안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 독재 정권 등 위기의 순간마다 시대적 양심으로서 목소리를 내왔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부 및 기업의 빈자리를 메우며 한국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에 국내 최대 종교로서 성장하며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영향력을 잘못 사용하면 히틀러를 낳은 나치 독일과 같은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우리도 윤석열 정부를 통해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개신교계 역시 이 책임에서 마냥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이에 개신교계가 시대적 양심으로서 다시 서기 위해서는 종교 탄압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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