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국제무기거래 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5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기 수출에서 프랑스와 함께 공동 2위(점유율 6.5%)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국은 미국(64%)이었다. 한국의 전체 무기 수출은 2020~2024년 기간 전 세계 10위(점유율 2.2%)로, 이전 5년 대비 4.9% 증가했다.
특히 탱크와 자주포는 대수 기준으로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에 올랐고, 전투기 부문은 미국·프랑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표 사례는 2022년 체결한 폴란드와의 ‘초대형 계약’이다. 현재 규모는 총 220억 달러(약 30조6000억원)로,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전투기 48대,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 이를 통해 유럽 방산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루마니아(10억 달러 규모 K-9), 사우디아라비아(32억 달러 규모 천궁-II)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안보 우산 약화 우려, 대만해협 긴장 고조 등으로 무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유럽의 공백을 한국과 튀르키예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장비 손실과 서방 제재로 수출 여력이 크게 줄었고, 유럽 업체들은 냉전 종식 후 축소된 생산능력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내년 말 실전 배치를 앞둔 KF-21 전투기는 미국의 F-35와 경쟁할 잠재력을 갖춘 5세대 스텔스기로 평가되며 일본과 이스라엘조차 이루지 못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서방 기업으로 유출되는 ‘두뇌 유출’ 현상, 첨단 기술 접근 제한, 러시아의 시장 복귀 가능성 등이 한국 방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튀르키예 역시 지난 5년간 수출을 급격히 늘리며 주목받고 있다. 2020년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수준이던 무기 수출액은 2024년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바이카르의 TB2 드론 등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된 무기를 앞세워 중동·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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