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동부 규모 6.0 지진, 사망자 800명 넘어...트럼프 원조 삭감에 구호 난항

  •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원조 삭감으로 인해 구호 체계마저 붕괴

아프간 지진 부상자들 사진AFP·연합뉴스
아프간 지진 부상자들 [사진=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으로 구조 작업이 지연되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원조 삭감으로 인해 구호 체계마저 붕괴해 구조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7분께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800명의 사망자와 최소 28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진흙 벽돌로 지어진 가옥들이 연쇄 붕괴하면서 마을 전체가 무너졌고, 도로와 통신망이 끊겨 구조 활동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케이트 케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부국장은 “폭우로 도로가 끊겨 접근이 어려운 마을이 많다”며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한 지역에서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캐나다 주요 매체 더글로브앤메일은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 삭감이 구조 작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해외 원조를 낭비적 지출로 규정하며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유엔 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아프간에 들어오는 인도적 지원은 2022년 38억 달러(약 5조3000억원)에서 올해 7억 6700만 달러로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 지진 피해 지역인 낭가르하르와 쿠나르주에서 36만 명 이상을 진료하던 진료소 44곳이 미국 원조 삭감으로 문을 닫았다. 또한 세계식량계획(WFP)이 운영하던 인도적 항공 서비스도 중단돼 의료진과 구호물자를 헬기로 나르는 긴급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케리 부국장은 “올해는 자금 지원이 삭감돼 실제 구호 활동이 큰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도 6개월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예산 삭감이 구조 대응력를 붕괴시켰다고 지적했다.
 
탈레반 정부는 즉각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 대변인은 “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집을 잃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아직까지 구조나 구호 활동 지원을 약속한 외국 정부는 없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중국 정부는 아프간의 필요와 역량에 따라 재해 구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인도는 텐트 1000채와 식량 15톤을 긴급 지원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애도 성명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유엔 사절단이 구호 준비에 나섰다고 밝혔고, 레오 14세 교황도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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