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멸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가 자율적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25% 감축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반발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설비 감축이 정리 해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고용 유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화 기업들이 NCC 통합·폐쇄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장기 근속자 중심의 노조 반발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조 반발의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
롯데케미칼 노사는 노조 측의 강력한 요구로 지난해 6월 고용안정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7월 고용안정협약서를 작성해 명문화했다.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져도 정리 해고가 어렵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저가 석화제품 공세로 인한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대산 공장 일부도 가동 중단했다.
부도 위기에 몰려 모회사인 한화·DL그룹이 3000억원을 긴급 수혈한 여천NCC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나서면서 "석화 개편은 노동자 보호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업계에선 회사 재무 위기가 불거진 후 DL그룹에서 여천NCC 상근임원으로 파견한 정재호 기획총괄 전무를 겨냥해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본다. 정 전무는 DL그룹 지주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인사로, 여천NCC 회사 분할과 설비 매각·정지 등 자구책을 찾기 위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최근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의사를 묻고 있지만 시설 감축 분만큼 인력을 내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누적된 석화부문 적자로 위로금 등 희망 퇴직을 위한 추가 보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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