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9억 건의 불법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많습니다. 불법 사이트를 없애는 일은 완벽한 해결책이 없는 문제 속에서 티도 안 나는 행위 같지만,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과제죠.”
2일 판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난 권영국 IP법무팀 차장은 웹툰 불법 유통의 심각성을 단언했다. 업무특성상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는 직원 A, B 역시 권 차장과 함께 저작권 침해 대응을 맡고 있다.
카카오 침해대응팀은 국내 불법 사이트 단속에서 출발했다. ‘밤토끼’, ‘어른아이닷컴’ 등 불법 웹툰 사이트가 수사로 폐쇄된 이후, 글로벌 플랫폼 인수를 계기로 해외 불법 유통 실태까지 대응 범위를 넓혔다.
권 차장은 “해외는 번역까지 포함된 복제물이 퍼지면서 문제가 훨씬 심각했다”라며 대응팀이 출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초기 목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법 사이트를 삭제하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팬심에서 시작된 해외 사이트들은 광고와 후원으로 빠르게 수익 구조를 갖췄다. 원작자 의도와 달리 내용을 왜곡한 ‘초월번역’이 인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는 언어권 특화 인력을 채용해 번역 패턴을 분석하고, 현지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자체 개발한 TTT(Targeting-Tracing-Takedown) 시스템을 통해 불법 사이트 단속을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시스템이 불법 유통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타깃을 선정하고, 운영자의 흔적을 추적한 뒤, 법적 경고 메일을 보내 폐쇄까지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속을 하다 보니 사이트 운영자 추적에 대한 노하우도 쌓였다. B는 “100개의 사이트에는 가기 다른 100명의 운영자들이 있다. 이들을 연관 지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아 정밀하게 좁혀간다”고 설명했다.
침해대응팀은 올해 상반기에만 47건의 운영자를 특정했고, 지금까지 130여 개 사이트를 폐쇄했다. 그는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들을 보낸 후 사이트 폐쇄를 요구한다”며 대응 절차를 설명했다.
수사 협조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다. 북미·유렵연합(EU)처럼 행정 체계가 잘 잡힌 지역은 비교적 원활하지만, 베트남·남미 등 일부 지역은 협조 자체가 불확실하다. 이에 카카오는 한국 경찰과 현지 수사기관의 국제 공조, 인터폴 파견 프로젝트(ISOP)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저작권 보호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A는 “과거 음악 산업처럼 캠페인과 백서, 창작자 연대를 통해 불법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에는 다른 플랫폼 작가들도 우리 팀에 직접 신고를 접수할 정도로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차장은 “카카오엔터 작품을 불법으로 유통하면 결국 피해가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그 인식을 바탕으로 작가들이 카카오에서 연재하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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