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를 공급하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공택지 주택공급 주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시행'으로 전면 전환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에 휘둘리지 않는 공공에서 주택 공급의 키를 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공급 목표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LH 재정 부담과 실행력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LH의 직접 시행을 통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직접 시행으로만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총 6만가구가 착공되고, LH 소유 상가 등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1만5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LH 직접 시행 카드를 꺼낸 것은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기에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면서 오히려 주택 공급에 변동성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상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공기업인 LH가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직접 시행에 나서고, 민간 건설사에는 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 물량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는 여전하다. 우선 LH 역할 확대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에서 LH 재무 부담이 더욱 과중될 것이란 점에서다. 택지 매각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LH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60조1000억원으로 전년(152조9000억원) 대비 4.7% 늘었다.
수요자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LH가 공급하는 주택 품질은 물론 여러 사건으로 인해 떨어진 LH 신뢰를 이번 대책을 통해 회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 문제는 남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LH 직접 개발로 엄청난 추가 자금과 인력 충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등을 LH 공공브랜드 아파트로 채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LH개혁위원회에서 구체적 방식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LH 역할 확대를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꺼내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공공성을 강화해 공사비 등을 억누르면 주택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수도권 공공택지 등 LH의 직접 시행이 늘어나면 민간 건설사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심 정비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건설사를 끌어들이려면 공사비를 인상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시장과 업계에 우려에 대해 충분히 LH가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LH 아파트도 최근 원가를 올려 짓고 있고, 도급형 민간 아파트를 하게 되면 민간이 짓는 개념에 입각해 양질의 아파트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채가 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택지 매각 대금이 계속 들어오는데 그걸 활용하는 부분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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