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수사권력의 남용과 나태 통제는 어떻게?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통제되지 않은 권력의 남용과 나태는 결국 그 권력마저 파국을 마주하게 한다. 1948년 군정법령 제213호로 제정된 검찰청법으로 출범한 검찰이 곧 사라진다. 군사정권에서 바짝 엎드려 있던 검찰은 민주정부를 거쳐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절정에 다다랐으나 그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력 남용과 나태의 추한 모습을 보이며 이내 사그라지게 되었다. 서울남부지검 관봉띠 사건의 국회 청문회는 검찰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허무하게 만들었다. 

1948년 제정법부터 검찰은 공익 대표자로서 직무와 권한을 부여받았다. 다수의 검사들은 그러한 직무와 권한을 충실히 수행하였을 것이나 우리 국민에게 각인된 검찰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나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는 검찰권력의 의도적 나태를, 간첩조작과 인간사냥이나 다름없던 윤석열 검찰의 행태는 검찰권력의 남용을 온 국민이 목도하게 했다. 

범죄 수사와 공소의 제기, 유지에 관한 권한을 모두 부여받은 최고의 권력기관이었으나 그에 대한 통제는 너무 허술했다. 법원의 통제는 기소 편의주의하에서 무기력했다. 대다수 정치권력은 검찰권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악용했다. 정치권력에 이용되면서 검찰은 스스로가 점점 정치 집단화되어갔고 급기야 정치권력 자체를 탐하여 혼연일체가 되었다. 

영화에서는 이 정도 빌런이 사라지면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만을 느낄 테지만 검찰의 종말에는 한편에서 깊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검찰의 문제는 결국 그 권력에 대한 통제가 부족해서 빚어진 것인데, 검찰 개혁의 해답으로 제시되는 안들에는 검찰의 해체만 보이고 수사기관들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의하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고,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는다. 이제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들이 수사를 독점하지만 이들 기관의 권력 남용과 나태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과 나태는 대부분 평가의 문제여서 이를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다. 수사의 과정과 내용을 전문가가 모두 세심히 들여다봐야 가능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24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의 수는 무려 약 171만건에 달했다. 기소되지 않은 사건까지 더하면 그 수는 족히 200만건은 넘을 것이다. 그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도 발의되었지만 한 해 200만건이 넘는 형사사건의 수사를 통제할 만한 규모의 조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명 정치인이나 재벌, 연예인,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국가수사위원회가 하든, 정치권력이 하든 통제될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력이나 대중의 관심 밖인,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절실한 사건들까지 같은 방식으로 통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수사기관 상호 간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제받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자행되는 수사권력의 남용과 나태를 어떻게 통제하려는지 그 답은 보이지 않는다. 

'검찰 폐지'라는, 지난 78년 동안 우리 사회가 가보지 않은 길, 겪어 보지 못한 길을 이제 가고 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개혁의 해답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갖는 이들, 그럼에도 이를 마주해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두려움이 일고 있다. 새 제도를 설계하는 이들이 부디 그러한 두려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수사권력의 남용과 나태를 통제할 수 있는 묘안을 반드시 고안해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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