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하반기 통화신용정책보고서(통신보)를 의결했다. 통신보는 통화정책의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로 3월과 9월 연간 두 차례 발간된다. 이번 통신보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포인트(3.5%→2.5%) 인하한 이후 거시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담았다.
한은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를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 중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가 금리 인하 영향이며 나머지 74%는 신규 주택 공급부족, 완화적인 규제 수준, 기대심리에 기인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가뜩이나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기서 금리를 추가로 낮추면 가계대출·주택가격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6·27 가계부채 대책과 9·7 공급대책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 집값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상방 압력, 수급 우려 등도 남아 있는 만큼 수도권 주택시장의 추세적 안정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 금리 인하에 따라 하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크게 줄었지만 1분기까지 소비와 투자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의 이자부담 금리는 2023년 4분기 대비 0.25~0.68%포인트, 기업 이자부담 금리는 지난해 2분기 대비 0.27~0.54%포인트 내렸다.
가계의 이자부담 경감 효과를 소득 수준별로 보면 경감 규모는 고소득층에서, 소득 대비 경감 비율의 경우 중·저소득층에서 크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경감 규모와 비율 모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중·저DSR 가계는 차입을 늘린 반면 고DSR 가계는 대출을 순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주담대를 중심으로 차입을 늘렸다.
기업의 금리 하락 폭은 차입금이 만기가 짧은 대출 중심으로 구성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컸다. 차입금은 대기업과 제조업의 경우 대체로 2024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확대되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은 순차입으로 전환했다. 투자의 경우 대기업, 제조업은 2024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높아졌으나 금리와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은 아직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새 정부 출범과 미국과 관세 협상으로 6월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하반기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1년간 성장률을 0.2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심리 반등으로 소비와 투자 진작 효과가 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률에는 과거 평균 수준인 0.1%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환율 변동성이 물가를 밀어올렸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가 상쇄했다는 평가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추가 금리 인하 시기 및 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성장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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