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보수 단체로 꼽히는 총기 소지 권리 옹호 단체들은 25일(현지시간) 잇달아 공개 입장을 내고, 사건 이후 연방 정부 인사들의 발언과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반발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 법무부 소속 연방 검사 빌 에세일리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에세일리는 해당 글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법 집행요원에게 접근하면, 그들이 당신에게 총을 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지 말라!"고 적었다.
이에 전미총기협회(NRA)는 공식 엑스 계정을 통해 해당 글을 공유하며 "이런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책임감 있는 공직자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을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전체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네소타 총기소유자 코커스도 공식 성명에서 "현지 당국에 따르면 그(사망자)는 적법한 총기 소유자이자 휴대 허가증 소지자였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는 무엇이 치명적인 무력 사용의 원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독립적인 설명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전날 오전 9시 5분께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에서 발생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사망한 알렉스 프레티(37)가 9㎜ 반자동 권총을 소지한 채 미국 연방국경순찰대(CBP) 요원들에게 접근했고, 요원들이 그의 무장을 해제하려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프레티가 사망 직전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차량에 교통 안내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한 요원이 시위 참가자들을 밀어내며 최루 스프레이를 살포했고, 프레티가 최루 스프레이를 맞고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부축하려 하자 다른 요원들이 접근해 그를 길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한 뒤, 한 요원이 프레티를 향해 여러 차례 근접 사격을 가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네소타 현지에서 단속 작전을 지휘하는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 사령관은 프레티에 대해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 법 집행관들을 학살(massacre)하려 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프레티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사진을 올리며 "장전됐고(2개의 꽉 찬 추가 탄창과 함께) 발사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그는 이날에도 "민주당은 세금을 내며 법을 준수하는 시민보다 불법 이민 범죄자들을 우선하고 있으며 관련된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일으킨 이 혼돈의 결과로 두 미국 시민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즈 주지사는 전날 회견에서 연방 당국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연방 요원들이 "혼란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그들을 미네소타에서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미 언론들도 현장 영상 분석을 토대로 연방 당국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당국은 프레티가 총을 들고 요원들에게 접근했다고 말했지만, 현장 영상들은 프레티가 (요원들에 의해) 바닥에 제압됐을 때 무기가 아닌 전화기를 들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니애폴리스 총격에 대한 정부 설명이 영상과 모순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민 단속 요원들이 24일 대치 상황을 어떻게 치명적으로 악화시켰는지 보라"며 여러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과 분석 그래픽을 공개했다. WSJ은 "연방 요원들이 ‘방어 사격’을 할 때까지 프레티가 무장 해제에 '폭력적으로 저항했다'고 주장하지만, 행인들의 영상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엑스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사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ICE와 국토안보부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톰 틸리스 연방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도 "총격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법 집행기관이나 미국 국민이 공권력 관련 총격 사건 이후 기대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세출법안 패키지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연방정부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에는 ICE 지출 100억달러(14조6000억원)와 국토안보부 전체 지출 644억달러(약 93조7000억원)가 포함돼 있다.
한편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두 번째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37세 미국 시민 르네 니콜 굿이 ICE 요원과 대화하던 중 차량 이동 과정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목격 영상에는 굿이 차를 움직이자 요원이 운전석 창문 너머로 여러 차례 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연방 당국의 이민 단속 방식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항의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목이 눌린 채 "숨 쉴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구호를 내건 전국적인 시위와 운동이 이어졌다.
프레티 사망 직후 수백 명의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 모여 연방 요원들과 대치했으며 24일에는 뉴욕,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추가 시위도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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