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처럼 항공기 분야에서도 국산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 캄보디아 국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회동한 후 캄보디아 국영 항공사가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의 항공기 구매하기로 하면서 중국산 항공기를 사들인 동남아국가는 4곳으로 늘어났다.
1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코맥은 전날 캄보디아 국영 항공사 에어캄보디아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자체개발 단거리 여객기 'C909' 20대를 인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10대는 확정주문이며 10대는 주문의향서만 작성한 상태다.
특히 두 기업의 이번 계약은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이 시 주석의 초정으로 지난 3일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뒤 이뤄졌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 앞서 지난달 26일 중국 최고지도부의 거처 겸 집무 장소인 중난하이에서 시하모니 국왕을 접견한 바 있다. 이때 항공기 구매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남아 시장 공략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 기업들이 이들 항공사의 지분을 대거 들고 있기 때문이다. 허난공항투자그룹은 2021년 12월 에어캄보디아 지분 28%를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어캄보디아는 정저우 중국 본사를 비롯해 광저우, 상하이, 선전, 홍콩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을 정도로 중국과 가깝다. 트랜스누사는 중국 항공기 임대업체인 중국항공기리스(CALC)가 지분 49%를 보유 중이며 라오스 정부는 코맥에 라오에어라인 지분 최소 51%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맥과 라오에어라인은 지난해 10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차이신은 이에 대해 “이는 코맥의 동남아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짚었다.
코맥의 C909는 중국 내에서는 9년 이상 상업 운항을 해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국내 항공사들은 C909 총 150대를 투입해 796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다만 코맥이 세계 항공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909 등 자체개발 항공기를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코맥은 엔진을 비롯해 항공기 제어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아직 미국·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앞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항공기·반도체 등 관련 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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