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다중채무자 등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30일부터 324만명에 대한 연체 이력을 일괄 삭제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이 시행된다.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 신설, 신용점수 하위 계층 대상 후불 교통카드 도입, 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예방대출 한도 확대(300만원→500만원)도 포함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이라면서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15.9%에 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사금융 예방대출이나 최저신용자 보증부대출 등이 제도권 금융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현실을 직접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다방면으로 쏟아지는 서민금융 정책과 대통령 발언이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드뱅크, 소액 후불 교통카드 도입 등이 단기적으로 저신용자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다중채무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취약점은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고정식 최고금리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정 최고금리는 2021년 7월 연 24%에서 20%로 낮아졌다. 이후 합법 대부업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저신용자가 다시 음지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우수 대부업체에 대해 은행 차입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체 전체 조달액 중 은행 조달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결국 대부업체는 여전히 제2금융권이나 사모사채 같은 고금리 자금에 의존하고, 그 부담이 저신용자 대출금리에 전가되는 구조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공약에 포함할지를 두고 고심한 바 있다.
최고금리제도는 해외 사례와도 대조된다. 일본은 시장금리에 연동해 조달비용과 차주 신용등급을 반영하며, 독일은 대부업체 조달 여건에 맞춰 금리 상한을 설정한다. 한국의 일률적 고정식 상한과는 차이가 크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현행 고정식 최고금리 체계는 합법 대부업의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시장금리 상황에 맞춰 업권별로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저신용자도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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