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도부 겨냥 도하 공습 놓고 이스라엘-카타르 갈등 격화

  • 이스라엘, 하마스에 "다음번에는 반드시 제거할 것" 경고

  • 카타르 "이, 행동 국가 테러…네타냐후, 법의 심판 받아야"

9일현지시간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도하의 건물 사진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도하의 건물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체류 중인 하마스 지도부를 표적 공습하면서 양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까지 겹치며 중동 정세는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어디에 있든 경고를 보냈다. 우리는 그들을 추적할 것이고,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반드시 파괴할 것”이라며 하마스 지도부가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았더라도 다음번에는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도하에서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주거지를 폭격했으며, 하마스는 칼릴 알하이야 수석 협상가의 아들을 포함해 대원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도부 핵심 간부들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 인사들은 수년간 도하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그간 반복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지난해 10월 7일 자국을 기습한 하마스를 동일선상에 두며 카타르 주재 하마스 지도부 공습을 정당화했다.
 
그는 이날 저녁 영상 성명에서 “카타르를 비롯해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는 모든 국가는 그들을 추방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미국이 빈 라덴을 제거하자 박수쳤던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의 행동에도 박수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즉각 반발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야만적이며 ‘국가 테러’ 그 자체”라며 “분노를 표현할 길이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특히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는 모든 국제법을 어겼다.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알사니 총리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이 휴전 협상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지만, 네타냐후가 그 희망을 무너뜨렸다”며 “이스라엘은 모든 안정과 평화의 기회를 스스로 없앴다”고 지적했다.
 
도하 공습은 아랍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 주요국 정상들이 카타르를 잇따라 방문하며 연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카타르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타르 공습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삼는 핵심 동맹국으로, 카타르는 동시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국이기도 하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이번 사안에서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전술에 짜증을 내고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본능은 네타냐후가 말하는 ‘하마스는 단순히 군사조직으로서 약화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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