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World Youth Day)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다.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이 국제 청년축제는 전 세계에서 100만여 명이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신앙과 교류, 문화와 화합을 나누는 자리다.
198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한 이래 2~3년마다 열려온 WYD는 올림픽·월드컵과 비견되는 청년 중심 메가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게 된 이번 대회는 한국 천주교 200년 역사와 김대건 신부의 순교 서사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음을 상징한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번 WYD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관광·경제 정책을 끌어올릴 결정적 기회다. 이미 서울은 외래 관광객 회복세가 뚜렷하다. 2025년 7월 한 달에만 136만명이 입국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1~7월 누계도 828만명으로 사상 최대 흐름이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3·3·7·7 관광정책'(연간 3000만명 유치·1인당 300만원 지출·평균 7일 체류·재방문율 70%)의 청사진이 WYD와 딱 맞아떨어진다.

■김대건 신부의 서사, WYD 유치의 배경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이자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사는 이번 대회의 중요한 배경이다. 충남 당진 솔뫼에서 태어나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고, 경기도 안성 미리내에 안장된 김 신부는 한국 가톨릭의 상징이자 아시아 신앙사의 표지석이다.
교황청은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교회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신앙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김대건 신부의 서사와 무관치 않다.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김대건의 나라'를 찾는 서사적 힘이 서울 개최를 확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따라서 WYD 참가자들의 여정은 단순히 서울 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새남터–미리내–솔뫼로 이어지는 순례 루트를 포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서울 중심부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관광 동선을 확장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 교회의 성장사, 신앙 공동체의 저항과 희생의 역사를 전 세계 청년들이 직접 체험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된다.

■K-컬처와의 결합, ‘체류형 관광’의 완성
WYD 참가자는 대부분 청년층이다. 이들은 신앙 체험과 더불어 K-팝, K-뷰티, 한식, 한복, 페스티벌에 자연스럽게 끌릴 수밖에 없다. 서울은 이미 월드컵경기장, 잠실 JAMS K-팝 공연장, 광화문·DDP 같은 야외광장을 활용한 대규모 K-컬처 축제를 열어온 경험이 있다.
특히 WYD는 교황과 함께하는 미사, 성체조배, 성지순례 같은 종교행사가 핵심이지만, 수십만명의 청년들이 장기간 머무는 만큼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WYD 기간에 종교행사와 K-컬처 페스티벌을 결합한다면, 본 행사 6일 외에도 사전·사후에 관광객 체류를 1주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이 구조가 바로 오세훈 서울의 3·3·7·7 정책 핵심 목표와 맞닿는다. 청년 순례객이 서울에서 평균 7일 머무르고, K-컬처 소비를 통해 1인당 지출액을 30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한류 팬덤의 확산 효과까지 겹치면, 서울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머무는 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굳힐 수 있다. WYD는 한국이 '종교와 문화가 융합된 세계 청년 수도'로 부상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리스본의 교훈, 서울의 자신감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WYD의 경제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PwC(런던에 있는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와 ISEG(리스본 대학교에 있는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부가가치 파급효과는 4.11억~5.64억 유로(약 6000억~8000억원), 총생산 유발효과는 8.11억~11억 유로(약 1조2000억~1조6000억원)에 달했다. 숙박, 교통, 식음료, 공연·관광, 인프라 투자 전 분야에서 고르게 유동성이 확보된 것이다.
서울은 리스본보다 도시 인프라가 크고, 교통망도 발달해 있다. 무엇보다 K-컬처라는 독보적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본보다 더 큰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폭염과 교통 혼잡만 관리한다면, 서울은 리스본 이상의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YD를 계기로 서울은 국제회의·전시·관광을 아우르는 MICE 산업의 중심지로 재도약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교통·숙박·치안 등 다방면에서 세계적 메가 이벤트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G20 정상회의를 치른 노하우가 WYD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리스본의 경험은 '경제 효과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서울은 여기에 '한류와 메가시티의 역량'을 덧붙여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십만명이 동시에 이동하는 만큼, 교통·숙박·안전 관리가 최대 과제다. 서울 도심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고양 킨텍스(KINTEX), 안산 와~스타디움, 한양대 에리카(ERICA) 기숙사 같은 수도권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모델은 숙박과 소비를 서울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효과를 낸다. 서울은 메인 무대, 고양·안산은 보조 행사 및 숙박 허브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러한 분산형 개최는 참가자들에게는 편리함을, 지역 경제에는 균형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WYD를 계기로 지역 관광자원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분산형 개최는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서울-수도권의 공동 발전 모델을 실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WYD 2027은 한국이 글로벌 메가 이벤트를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진화시키는 새로운 실험장이 될 것이다.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히 청년 신앙의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을 글로벌 청년문화의 수도로 만드는 관광·경제 이벤트다. 김대건 신부의 서사와 K-컬처, 서울시의 3·3·7·7정책이 삼위일체로 맞물릴 때, WYD 2027은 서울을 ‘보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변모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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