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조례 변경, 인·허가 절차 단축, 기업 투자 전담 부서 신설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주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 청년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외부 투자를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지자체장들의 1호 공약 대부분이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을까. 언뜻 보면 언론을 통해 기업 유치 업무협약(MOU) 체결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는 등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 사례로는 경기도 고양시의 CJ라이브시티 건이 있다. CJ라이브시티는 2016년 5월 경기도와 기본협약을 맺고 ‘K-컬처밸리’ 사업을 추진했으나, 네 차례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 환경영향평가 조건, 사업 구조에 대한 이견 등이 쌓이며 CJ그룹은 CJ ENM과 CJ라이브시티를 통해 최근 경기도를 상대로 약 5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투자 유치가 오히려 민관 갈등의 불씨가 된 셈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고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환경규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 규제는 여전히 철옹성에 가깝다.
특히 수도권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지방과 동일한 유치 인센티브를 받기 어려운 도시는 ‘지방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이른바 ‘회색지대’로 분류돼 실질적인 유치 계획 실행이 더욱 어렵다. 규제도 받고, 지원 역시 제한되는 이중구조 속에서 지자체는 정치적 성과를 위해 유치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게 된다. 또한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으로 투자를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기업 유치는 단순히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성사되기 어렵다. 지역마다 처한 조건과 규제가 다르고, 기업이 요구하는 기반 여건 또한 천차만별이다. 기업은 생산비용의 효율성과 교통 접근성, 인재 확보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 입지를 결정한다. 반면 지자체는 한정된 예산과 복잡한 규제 구조 속에서 선택지를 좁혀야 한다.
양측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산업의 수요를 정밀하게 매칭할 수 있는 맞춤형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 수도권 정비법이나 각종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무작정 풀자는 것이 아니라 전략산업에 한해 ‘선(先) 규제 후(後) 보완’ 방식의 유연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투자 유치형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돌파구 중 하나다. 이제는 지역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기업 유치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고,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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