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비자 변수에 수출전략 고심하는 韓기업들··· "불확실성 최고조"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한국 기업들의 주요 사업 대부분이 미국 기업들과 소통이 필요한데, 한국 인력들의 '비자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향후 사업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이들은 당장 비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면서도 투자 다변화와 현지 고용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비자 제도와 현지 리스크로 난관에 직면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최근 관세 협정에서 언급된 규모만 3500억 달러(약 486조원)에 달하며, 분야는 반도체·배터리·완성차·태양광·원전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있다.

특히 이미 진행 중인 공장 건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로자 대거 구금 사태가 벌어진 HL-GA 공장의 경우 현재로서는 주요 인력이 모두 미국을 떠난 상황이라 당장 공장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미국 현지 행사에서 언론에 "이번 일은 우리에게 최소 2~3개월의 (공장 준공) 지연을 일으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약 63억 달러(약 8조8000억원)를 투자한 해당 배터리 공장은 내년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양산하는 게 목표였으나, 공장 가동 시점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공장 완공 시점을 기준으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지연 가능성'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발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현지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심이 깊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투입 비용은 총 370억 달러(약 51조6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74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투입한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화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구금 사태를 계기로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비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관계자는 "당장 비자 문제가 정리돼야 인력을 다시 투입할 수 있는 만큼,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미 간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취업 비자 쿼터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을 놓고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보증을 활용해 부담을 최소화하길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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