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앞으로 수도권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해 주택을 공급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주택공급 대책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H 역할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 160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더 늘어나 오히려 주택 공급에 한계가 생길 수 있어서다. 공공사업의 특성상 수익성이 낮아 민간 건설사 참여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발표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은 LH 직접 시행과 비(非)주택 용지 용도 전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공주택 '7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데 있다. 모두 공공주택으로 공급되며, 민간이 설계와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으로 참여 건설사의 브랜드가 적용된다.
정부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 등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공급 물량의 공공 비중을 늘려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LH가 주요 수입원인 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직접 시행에 나서면 부채가 늘어나 안정적인 사업 수행은 물론,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질 좋은 주택을 실제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생긴 적자를 공공택지 매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왔던 LH가 앞으로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못한다면 현재 1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할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이런 '땅장사'를 금지하는 대신 주택 공급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 구체적 대안도 빠졌다. 일각에서는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이를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그만큼 채무는 늘어나게 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추가 예산 투입이나 채권 발행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LH 인력·실행 능력 부족 등으로 주택 공급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LH가 10만 가구의 물량을 직접 개발할 경우, 향후 3000명 내외의 추가 인력 소요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정부 목표인 7만5000가구 공급을 위해선 2000명 이상의 충원이 필요한 셈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물량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공급된 주택의 80% 이상이 민간을 통해 이뤄졌는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 민간 건설사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공공의 주택 공급(인허가 기준) 비중은 18%(8만3000가구)에 그쳤다. 82%(37만7000가구)를 민간에서 공급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시행을 맡으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행 리스크가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건설 비용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라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할 건설사들은 매우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공주도 방식은 빠른 인허가, 부지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브랜드, 설계·품질, 분양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비사업 활성화가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며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이 직접 나서면 (시장 대다수가 원하는) 고급 아파트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건설 활성화 유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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