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 영공을 잇달아 침범하면서 유럽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자국 상공에 출현한 드론이 자폭 드론인 ‘게란(Geran)’형이라고 확인했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 사건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루마니아 시민의 안전뿐 아니라 나토의 집단 안보를 위험하게 한다”며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번 사건이 흑해지역 안보와 안정에 새로운 도전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게란은 러시아가 이란제 샤헤드-136을 개량한 기종으로, 폭발물을 탑재한 채 목표물에 돌진해 스스로 폭발하는 자폭 드론이다. 루마니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드론은 다뉴브강 킬리아 지류를 따라 약 50분간 비행하다 파르디나 마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루마니아 F-16 전투기와 독일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감시 임무에 나섰으나, 부수적 피해를 우려해 격추하지는 않았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발사한 드론 415대 가운데 19대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폴란드 공군은 F-16 전투기를, 네덜란드는 F-35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나토가 공동 대응에 나서 러시아 드론 3대를 격추한 바 있다.
폴란드는 공중 위협 차단을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 폐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기술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폴란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동맹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직후 나토와 미국 등 서방에 자국 영공을 비행금지구역(NFZ)으로 지정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서방은 러시아 공군이 이를 위반할 경우 격추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해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잇따른 러시아 드론 침범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옛 트위터)에 “러시아의 루마니아 영공 침범은 다시 한번 EU 주권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자,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EU 회원국의 주권에 대한 또 하나의 용납할 수 없는 침해”라고 지적했다.
체코는 폴란드 지원을 위해 특수작전 헬리콥터 부대를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야나 체르노호바 체코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나토 동부 전선 침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병력 수송이 가능한 Mi-171S 헬리콥터 3대가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러시아 드론 침공은 나토에 대한 크렘린의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럽이 러시아에 부과 중인 제재는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나는) 기꺼이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는 제재를 가할 용의가 있지만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재차 유럽의 대러 제재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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