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14일(현지시간) 사흘 일정으로 제4차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첫날 협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틱톡 매각'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번 협상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보다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탐색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허리펑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해 약 6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오는 17일까지 이어지는 협상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와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비롯한 양국 간 무역·경제·국가 안보 현안을 다룰 전망이다.
첫날에는 양측 간 무역 협상에서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포함된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관련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강제 매각을 위한 시한이 오는 17일로 3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명 '틱톡 강제 매각법'을 제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강제 매각을 위한 시한을 세 차례 연장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시한을 또다시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우선 매각 시한을 연장해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번 (고위급) 회담이 양쪽이 상대의 입장을 가늠하고 상대의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해 더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중국은 협상 개시 직전인 지난 13일 미국산 아날로그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이 자국산 집적회로(IC)에 대해 내린 조치의 차별 여부도 조사한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에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무역대표부를 이끌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수출 통제와 관세 인하에 대한 실질적인 양보를 받지 못하는 협정을 체결하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국은 상대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 부과를 11월 10일까지 유예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미중 관세전쟁 속 중국 경제 둔화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점은 중국이 협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대목이기는 하다. 15일 발표된 8월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1~8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쳐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 협상가들에게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