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도 피닉스에서 차로 30분 가량 떨어진 위성도시 글렌데일. 이곳에 있는 스테이트팜 경기장에는 새벽 1시부터 공화당 지지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 청년 보수운동을 이끌었던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밸리대 연설 중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후 커크의 유해는 그가 주로 활동한 애리조나로 운구됐다.
이날 참석한 시민 지저스 피노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 새벽 4시 30분에 도착했다. 그는 현지 매체 애리조나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그에게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그가 가족과 결혼을 믿는다는 것"이라며 사망한 청년 보수 지도자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했다. 신문은 이날 추모식 참석 인원을 7만3000명으로 집계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은 약 1마일(1.6㎞)까지 길어졌다고 한다. 좌석이 참가하지 못해 입장하지 못한 사람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인근 도시 템피 소재 데저트다이아몬드아레나 경기장으로 수용됐다.
추모식의 분위기는 교회 예배와 같았다고 현지 라디오 KJZZ는 전했다. 방송은 "찰리 커크의 기독교 신앙은 그의 공적 모습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라면서 "행사장에는 기독교 찬송가가 울려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불렀다"고 했다. 교회 예배에서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고 기도를 올리는 참가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1층 맨 앞 단상 쪽에는 그가 이끌던 단체 터닝포인트USA 회원들이 단체명이 적힌 피켓을 들고 그를 추모하기도 했다.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연설에서 "찰리는 그의 생명을 앗아간 (로빈슨과) 같은 젊은이들을 구원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에리카 커크는 "나는 그(총격범)를 용서한다"면서 "이는 그리스도가 하신 일로, 찰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찰리 커크를 "순교자"라 부르며 "찰리의 메시지는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당신이 누구에게 투표했던지 간에 지금 이 (보수) 운동이 너의 집'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JD 밴스 미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육군장관 등 트럼프 정부의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또 예배에는 트럼프 2기 출범 당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트럼프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가 물러난 뒤 트럼프를 공개 비판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머스크는 최근까지 신당 창당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를 공개 비판하고, 트럼프 역시 원색적으로 반박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두 사람은 3개월 만에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케네디 장관은 행사에서 찰리 커크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번 찰리 커크 추모식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 있었던 다른 정치인들의 추모 예배에 비해 2배 이상 크다. 애리조나리퍼블릭에 따르면, 애리조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 별세했을 때인 2018년 추모식에 모인 사람이 1만5000명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애리조나주립대 법대에서 이름으로 쓰기까지 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 별세 당시에는 피닉스에서 열린 추모식이 지인 위주로 수백명만 참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