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들이 최근 암호화폐 주가 급락을 비트마인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과 함께 올해 들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테슬라, 팔란티어까지 높은 수익성을 보였던 서학개미의 베팅이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1일~23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비트코인 채굴기업 비트마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마인 순매수 규모는 2억600만 달러로 엔비디아(1억8784만달러), 오라클(1억561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3921만달러) 등 기술주들을 상회했다.
이어 미국 최대 건강보험 업체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1억3231만달러), AI 방산기업 팔란티어(1억3175만달러), 비트코인 채굴기업 아이렌(1억2435만달러),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 시놉시스(1억2404만달러), 디파이언스 아이온큐 인버스 ETF(1억394만달러), 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1억299만달러) 등이 뒤를 이어 순매수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수 규모로만 따지면 엔비디아(7억4970만달러), 팔란티어(3억9990만달러)가 비트마인(3억4077억달러)보다 컸으나 매도 규모에 있어서도 엔비디아(5억6187만달러)와 팔란티어(2억6815만달러)가 비트마인(1억3476만달러)에 비해 큰 규모를 기록하면서 순매수 강도가 낮게 집계됐다.
순매수 10위권 종목의 구성이나, 비트마인의 순매수 규모를 미뤄봤을 때 엔비디아나 팔란티어처럼 기존에 대표적인 서학개미 인기 종목이었던 기술주들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고 있는 반면 암호화폐 관련주에 새롭게 유입되는 투자금액이 늘어나면서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10위권 내에서 M7 종목(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두 개에 그쳤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올해 들어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다. 트럼프 정부는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을 활용해 미국 국채 수요를 유지함으로써 달러패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이더리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마인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비견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대표적인 비트코인 보유 기업이라면 비트마인은 지난 6월 뉴욕 증시 상장과 함께 이더리움 보유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더리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240만ETH를 보유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지난 22일 비트마인이 하루 동안 10% 넘게 급락한 틈을 타 매수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옵션 시장에서 17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암호화폐 매수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암호화폐 전반이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암호화폐에서 금으로 이동했다고 분석이 나왔으나 미국의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이더리움의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마인은 ETH(이더리움) 가격과 높은 연동성을 가지면서도, 채굴, 스테이킹 기반의 현금흐름과 공급량 5% 확보 전략에서 비롯되는 프리미엄이 반영된 레버리지형 ETH 투자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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