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망과 서버 사이에서 '멈추지 않는 심장'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멈춰서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시장에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디지털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데이터센터가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30일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2192억3000만 달러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11.6% 성장해 5848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과 함께 전력 소비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AI 워크로드 수요 확대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8년까지 연평균 19.5% 증가, 2023년 대비 약 두 배 이상 늘어나며 857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성장 전망에 글로벌 빅테크의 전폭적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스타게이트'의 첫 데이터센터 단지가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투입해 10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향후 미국 내 5곳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구글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90억 달러(약 12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메타 역시 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최대 720억 달러(약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까지 3조9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2200억원까지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을 채울 수 있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 AI 전용 하이퍼스케일(100㎿·메가와트급 이상)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아울러 막대한 양의 컴퓨팅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솔루션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전자 업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장에 참전했다. 미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HVAC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에 투입한 자금은 2조4000억원으로, 8년 만의 조단위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힌다.
또 LG전자는 세계 각지 데이터센터용 HVAC 솔루션을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냉난방공조 사업부(ES사업본부)의 올 1분기 매출은 3조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AI 데이터센터 구축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LG전자가 '발열'을 잡고, SK이노베이션이 '전력 소비'를 잡는 공동 협약을 통해 급성장하는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력·냉각 등 인프라 효율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AI 경쟁력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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