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천군청[사진=연천군]
“농촌 기본소득 이후 고기도 더 자주 먹게 됐고, 병원도 자주 가게 됐어요. 틀니나 안경 한번 맞추는 것도 큰일이었는데 이제는 부담이 줄었어요.”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 사는 주민 A씨의 말이다. 청산면은 2022년 전국 최초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한 곳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목표로 했던 인구 감소 억제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역점사업인 ‘농어촌기본소득’은 청산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모델로 삼고 있다. 청산면 사업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소득과 자산에 상관없이 누구나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는다. 상품권은 180일 이내에, 연 매출 12억원 이하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청산면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하면서 주민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목표로 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당시 읍 지역과 면 지역 간 1인당 월 소득 격차가 14만9000원에 달했다”며 “농촌기본소득으로 이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청산면이 선정된 이유도 다른 지역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1인 고령가구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세에도 변화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산면 인구는 4068명으로 사업 도입 전인 2021년 12월(3895명)보다 173명(4.4%) 증가했다. 같은 시기 여건이 비슷한 강원도 철원군 등 12개 읍·면 인구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경제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경기도가 ‘농촌기본소득 효과분석 중간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지역승수효과(LM3)는 1.97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지출 대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197%에 달했다는 의미다. 청산면 내 신규 사업체 수도 사업 도입 전보다 39곳 늘어났다.
청산면 사례가 알려지자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전라남도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적극적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최근에도 전남도청, 전북도청, 장수군 등에서 책임자와 실무자가 다녀갔다”며 “인구 2만명 미만인 군 단위 지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연천군 청산면의 긍정적 사례를 보면 시범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정부가 재정 분담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지방 소멸에 대응할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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