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등 경영 시계제로에도… 최태원 등 국감 증인 역대 최대

  • 'APEC CEO 서밋' 개막날 최태원 소환

  • 美관세 대응 급급한 정의선도 출석 요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조 인공지능 전환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91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조 인공지능 전환(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9.1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여야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또다시 마구잡이식 기업인 출석을 요구하며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미국 관세 리스크와 노란봉투법 제정 등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오는 13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증인 370여 명 중 기업인만 190명을 넘어섰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증인·참고인 채택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증인 510명 중 기업인이 159명에 달하며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증인 채택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업인 증인 수가 2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출석 요구를 받은 주요 기업인으로는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행정안전위원회 증인에 포함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가 부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있다.

특히 정무위 출석일인 28일은 최태원 회장이 수장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로 주관하는 'APEC CEO 서밋' 개막일이다. 최 회장은 해당 행사 의장을 맡고 있다. APEC CEO 서밋은 미국, 중국, 일본 등 21개 회원국 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분야 최대 행사다. 정부가 앞장서 주최하는 국제 행사 핵심 의장을 국감장에 세우는 꼴이다.

그간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이 질문도 받지 않고 귀가하는 '기업인 괴롭히기'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내면서 정작 증인에게는 제대로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 '망신 주기 국감' '호통 국감'이라는 비판이 많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기업인을 줄소환하는 행태가 한국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관세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대차그룹 수장인 정의선 회장은 하청 업체인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와 책임 경영 등과 관련해 행안위 출석 요구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로 곤욕을 치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부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슈로 국감장에 서게 됐다.

이 밖에 국토교통위원회는 이해욱 DL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 10대 건설사 중 8개사 대표를 불렀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관련 예식 취소 논란이 벌어진 호텔신라 박상오 호텔운영총괄부사장을 증인에 포함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정무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2개 상임위 출석 요구를 받았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도 과방위에 나가야 한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도 정무위 출석 요구를 받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요 경영인들이 국감 출석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어 본업이나 시장 대응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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