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과 스마트 솔루션 등 그룹 내 혁신의 씨앗들이 미래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것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겠다며 밝힌 청사진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사업 성과 창출을 목표로 내걸고, 2024~2028년 기준 전체 투자 계획 100조원 중 절반인 50조원을 성장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AI 생태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에 AI를 접목해 추가 도약과 지속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7월 LG AI연구원은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엑사원 4.0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문제를 해결하는 추론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하나로 결합한 차세대 AI다. 하이브리드 AI 모델을 공개한 기업은 LG를 포함해 미국의 앤트로픽, 중국의 알리바바 등 세 곳뿐이다. LG는 엑사원 4.0을 통해 전 계열사의 AI 대전환(AX)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AI 스타트업 관련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달 미국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와 '다이나로보틱스' 투자에 각각 참여했다. LG가 올 들어 투자한 AI 스타트업만 9곳으로 누적 투자액은 1억 달러(약 15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손잡고 달 표면을 탐사하는 '로버'(rover) 공동 개발에 나섰다. 로버에는 LG의 카메라 모듈과 배터리 셀, 통신 모듈용 안테나가 탑재된다. 카메라 모듈은 오는 11월 누리호 4차 발사에, 배터리 셀·통신 모듈용 안테나는 내년 6월 누리호 5차 발사에 각각 포함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사업은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 LG는 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에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휴머노이드 공동 연구와 로봇 비즈니스를 구체화하고 있다.
LG는 효율적 파트너십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가전 사업처럼 기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 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전문 기업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당장의 이익은 적더라도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는 게 LG 측 판단이다.
LG 관계자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이 주요 성과를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서면서 새로운 사업에도 더욱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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