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는 “2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작곡가였는데 갑자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에서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어 영화 부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OST ‘골든’은 8주 연속 미국 빌보드 ‘핫 100(Hot 100)’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음악 차트를 강타했다.
이재는 빌보드 차트에 대해 “너무 새롭고 실감이 안 난다”며 “열심히 한 만큼 보답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이름이 언급된 데 대해서도 그는 “물론 그래미를 받고 싶다”며 “OST뿐 아니라 팝스러운 노래를 부르면서 헌트릭스가 데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첫 공식 내한에 대해서는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자랑스럽다”며 “어릴 때 미국에서는 한국이 어딘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케데헌’과 ‘골든’으로 이어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싸인을 받아야 한다며 제 얼굴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사인지를 만들었고, 집 전화 벨소리도 ‘골든’으로 바꿔 놓으셨다”며 웃음을 지었다.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에스파와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그는 “에스파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다”며 “BTS는 너무 멋지다. 특히 정국은 노래를 정말 잘해서 함께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작곡가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 케이팝뿐만 아니라 팝 음악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아티스트로서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직접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는 과거 SM 소속 연습생 시절을 돌아보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배웠다. 어릴 때는 떨어지는 게 힘들고 상처받기 쉽지만, 성장하려면 그 상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SM에서 연습할 때도 거절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떨어져도 ‘괜찮다(it’s OK)’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계속 버텼다.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음악이 저를 살렸다. 가수의 꿈도 있지만 작곡가, 엔지니어 등 여러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연희동에서 홍대까지 걸어 다니며 카페에서 비트를 만들던 시절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좌절감이 와도 작은 기회가 오면 100%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팝 지망생들에게는 “거절은 실패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게 해주는 과정”이라며 “작곡가가 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서라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기회라도 100%를 담아야 하고, 그게 직업윤리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K-컬처의 위상이 정말 높아졌다.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나도 K팝, K뷰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며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열심히 하는 한국인들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골든’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장면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주셨다. 루미, 미라, 조이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루미가 간절히 원하는 걸 표현해달라는 주문이었다”며 “제가 힘든 시기를 겪던 때라 희망적인 노래를 쓰는 게 제게도 필요했다. 그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다 보니 퍼스널한 곡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는 “치과에 가는 길에 트랙을 받았는데, 너무 좋아서 바로 멜로디가 떠올랐다. 보이스 메모로 녹음해 두고, 집에 돌아와 줌 세션으로 멜로디를 완성했다”며 “가사는 ‘골든’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야 했다. 작사가 마크가 ‘고나비 고나비 골든’ 어때?라고 제안해서 그렇게 완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골든’이 사랑받는 이유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있다고 본다. 요즘 세상에는 멜로딕하고 따뜻한 노래가 많지 않다. 그 속에서 ‘희망’이 담긴 가사와 멜로디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팬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팬분들은 저에게 친구 같은 존재다. 처음엔 DM이 너무 많이 와서 하나하나 답장을 했다. 팬들이 저를 지켜주는 존재라는 게 정말 감사하다”며 “서로 친절하고 다정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저에게 그렇게 대해주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는 “저는 원래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곡가’라고만 생각했는데, 팬들이 제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해주면서 시야가 바뀌었다. 작곡 자체가 나에겐 치료였다”며 “‘골든’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작업한 배우 오드리 누나(미라 역)와 레이 아미(조이 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녹음 당시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만나보니 정말 캐릭터랑 똑같았다. 오드리는 쿨하고 스타일리시하고, 레이는 정말 밝았다. 함께 무대에 섰을 때 시너지가 대단했다.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골든’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재는 “이번 일정을 마치면 내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다시 오고 싶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의 음악을 맡은 만큼 더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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