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IP 2.0] ③ 웹툰에서 테마파크로…'다크문'이 확장한 스토리 비즈니스

'다크문'으로 롯데월드와 협업한 그룹 엔하이픈 [사진=하이브]
'다크문'으로 롯데월드와 협업한 그룹 엔하이픈 [사진=하이브]
그룹 엔하이픈과 협업 웹툰 '다크문: 달의 제단'은 웹툰 연재에서 테마파크 축제, 패션 브랜드 협업,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이어지며 스토리 IP가 음악 활동 밖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이브가 내세운 '스토리 IP 비즈니스'가 실제로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이 한 작품에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크문: 달의 제단'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누적 2억 뷰를 넘겼고, 이 서사는 곧바로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졌다. 하이브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손잡고 웹툰 속 학교 '드셀리스 아카데미'와 붉은 달, 뱀파이어 이미지를 테마파크 전반에 구현한 축제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를 꾸렸다. 방문객이 교복을 입고 동선을 걸으며 캐슬 외벽에 맵핑된 '다크문' 영상과 엔하이픈 OST를 함께 체험하는 구성이다. 웹툰의 장면과 설정을 놀이공원 연출로 풀어낸 사례로 IP가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공간 경험'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같은 선상에 있다. 스파오(SPAO)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에서는 드셀리스 아카데미 교복을 모티프로 한 럭비 티셔츠, 잠옷, 모자, 양말 등이 출시됐다. 트렌디한 아이비룩에 가깝지만 세계관을 알고 있는 팬에게는 '다크문' 속 학생이 되는 장치로 작동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MZ 세대 타깃과 만나는 접점이 되고 하이브로서는 스토리 IP가 패션·리테일 영역에서 어느 정도 수요를 만들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실험이다. 웹툰 한 편을 출발점으로 테마파크, 패션, 머천다이징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다크문'과 협업한 스파오 [사진=하이브]
'다크문'과 협업한 스파오 [사진=하이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축이다. 하이브는 스토리의 기본 설정과 방향을 내부에서 잡고 실제 웹툰·웹소설 구현 단계에서는 각 장르에 강점을 가진 작가·제작사와 손을 잡는다. '세븐 페이츠: 착호'에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이름을 알린 레드아이스 스튜디오 등이 참여했고 르세라핌과 연계된 '크림슨 하트' 프롤로그에는 SF 작가 김초엽이 합류했다. 통제된 도시 '레퓨지아'에서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김초엽 특유의 문장과 설정으로 풀어내면서 르세라핌이 음악으로 전해 온 메시지와 맞닿되 팀 팬덤 바깥의 SF 독자층까지 함께 겨냥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스토리 IP를 아티스트만을 위한 부가 세계관이 아니라 외부 크리에이터와 함께 키우는 독립 자산으로 놓는 방식이다.

엔하이픈과 연결된 '다크문' IP는 이제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이동한다. 하이브는 네이버웹툰 연재 성과와 팬덤 반응을 바탕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기획사 애니플렉스(Aniplex), 제작사 트로이카(TROYCA)와 함께 '다크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내년 1월부터 일본 TOKYO MX·BS11·군마 TV·토치기 TV 등에서 방영이 예정돼 있으며 글로벌 애니메이션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을 통해 해외에도 공개된다. 웹툰으로 검증한 스토리를 애니메이션 포맷으로 옮겨 일본 로컬 시청자와 글로벌 애니 팬덤을 동시에 겨냥하는 구조다.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 전략은 히트곡과 앨범 활동에 맞춰 돌아가던 K-팝 비즈니스에 스토리 IP라는 한 축을 덧붙이는 시도다. 웹툰·애니메이션·테마파크·패션 협업 등 여러 포맷에서 세계관을 순환시키면 팬이 접속하는 지점과 매출원이 시간·지역별로 나뉘어 쌓일 수 있다. 반대로 서사 완성도와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흔들릴 경우 피로감과 이탈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관리와 조정의 부담 역시 커진 구조다.

'다크문: 달의 제단'이 밟아온 경로는 이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한 편의 웹툰으로 시작된 서사가 테마파크와 패션, 일본 TV 애니메이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어떤 IP가 어떤 파트너와 결합하는지에 따라 하이브의 스토리 IP 모델이 얼마나 넓은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지 또 K-팝 기반 스토리 비즈니스가 어떤 속도로 자리 잡을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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