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16년 총수 자리를 이어받은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동안 그룹 외형과 주력 계열사가 큰 폭으로 변모한 가운데 경영 성과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 취임 당시 두산그룹은 건설, 중공업, 에너지, 중장비, 로봇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와 유가 변동, 정책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으로 그룹 수익성이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당시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재무 지원과 구조조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2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더 큰 부담은 3조원 넘는 부채였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그룹의 상징인 동대문 두산타워를 필두로 다수 부동산과 네오플럭스·두산솔루스(솔루스첨단소재) 등 자회사 매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4조원대 매출로 그룹 실적을 지탱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2021년 HD현대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이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고 플랜트·EPC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에너지와 가스터빈, 소형모듈형원전(SMR) 등으로 다변화했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 등에 민감한 비즈니스라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원전과 신재생 사업에선 프로젝트 지연과 손실, 소송 등이 이어졌다.
드론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2016년 설립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투자금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 회장이 취임 후 그룹 미래 먹거리로 야심 차게 추진하던 로봇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코스피에 입성했지만 실적은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21년 -71억원, 2022년 -132억원, 2023년 -192억원, 2024년 -412억원 등 적자 행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는 적자 폭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7월 박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에 유리한 결정이라는 투자자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산로보틱스와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합병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중소형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보강해 로봇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의 반대 의견에도 합병 절차는 차례대로 진행됐지만 지난해 말 터진 불법 계엄 사태로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폭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응 자금 마련에 자신이 없던 두산그룹은 두 회사 합병을 최종 포기했다.
박 회장 체제 들어 재무 구조 안정화 측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 2016년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470%에 달했지만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올 들어 380%까지 떨어뜨렸다. 10년 새 그룹 규모가 많이 쪼그라들었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씨 뿌리기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재무 구조 안정화는 박정원 체제 10년의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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