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유언장은 사회 환원, 가족은 패닉…'크라임씬 제로'로 본 상속

  • 유언장 뒤에 남은 건 돈과 법…유류분, 법적 상속분의 절반

  • 사망 방조 등 유죄 확정까지 조건부 상속…재계, 유사 상황 발생

크라임씬 제로 사진넷플릭스
크라임씬 제로. [사진=넷플릭스]
지난 7일 넷플릭스 추리예능 '크라임씬 제로'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중에서도 3~4화 ‘장례식장 살인사건’은 유독 여운이 남았습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장가댁 회장 장가장이 남긴 유언장이 공개되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에피소드는 그렇게 끝납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살인자는 밝혀졌지만, 그 유언장 이후 가족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상속은 어떻게 나뉘고, 누가 그 거대한 재산을 가져갔을까요. 살인의 비극이 끝나자, 법의 계산이 시작된 셈입니다.
 
유류분은 상속분의 절반···상속결격자가 된 주며늘·장딸

장가댁은 국내 1위 김치기업을 일군 재벌가입니다. 본처가 세상을 떠난 뒤 회장인 장가장은 박부인과 재혼했고, 본처 사이에는 장남·장차남·장딸이, 박부인 사이에는 김연인과 장막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차남은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내 주며늘은 가문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막내 장막둥이 교살된 채 발견됩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주며늘이었죠.

여기서부터가 법의 영역입니다. 공동상속인을 살해하면 민법 제1004조에 따라 상속결격자가 됩니다. 감정이나 사정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주며늘은 법적으로 상속 명단에서 제외됩니다.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취급되죠.

장가장의 죽음도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계단 아래로 굴러 쓰러진 회장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고 도망친 사람은 장딸이었습니다. 부친의 사망 방조 혐의로 기소된 장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속권을 유지하지만, 만약 형이 확정되면 이미 받은 재산도 돌려놔야 합니다. 법은 그때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받을 자격이 없었던 사람'으로 간주합니다. 가족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에피소드 내에서 장가댁은 국내 1위 김치 재벌가로 설정됐습니다. 현실의 김치기업 1위 대상의 종가집 김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장가댁의 자산 규모는 약 5000억원대로 볼 수 있습니다. 회장이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선언했더라도, 민법 제1112조는 배우자와 직계비속에게 법정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보장합니다. 이는 유언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최소한의 몫입니다.

그럼 계산을 해볼까요?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상속하는 경우,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자녀 1명분의 1.5배입니다. 상속인이 박부인(배우자), 장남, 장딸, 김연인 4명이라면 비율은 1.5 : 1 : 1 : 1, 총 4.5로 나뉩니다.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절반이므로 박부인은 약 833억원, 장남·장딸·김연인은 각각 약 556억원씩입니다. 총유류분은 약 2500억원, 나머지 2500억원은 유언대로 사회에 환원됩니다. 

만약 장딸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그 몫은 다른 가족에게 재분배됩니다. 박부인·장남·김연인이 각각 약 833억원씩 나눠 갖게 되는 거죠. 이미 분배가 끝난 뒤 결격이 확정돼도 결과는 같습니다. 받은 재산은 모두 반환해야 합니다. 법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니까요.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계도 유사 상황 발생...유언보다 강한 법정 상속권

이런 상황은 예능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생전 1조원대 사회 환원을 선언했지만, 가족들은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냈습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는 본처·후처·자녀 간 복잡한 상속 분쟁으로 법정에 섰고, LG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돼 경영권을 이어받았습니다. 같은 가족이라도 호적 한 줄, 법적 지위 하나가 수조원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가족의 마음은 이미 무너졌지만, 법은 여전히 제 몫을 계산합니다. 상속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돈과 법, 그리고 순서의 문제입니다. 법은 냉정하게 계산하고, 가족의 관계는 그 숫자 안에서 흔들립니다. 누군가는 사회를 위해 남기고 싶어도, 누군가는 피를 이유로 되찾습니다. 크라임씬 제로가 추리로 끝났다면, 그다음 이야기는 상속으로 이어집니다. 살인의 동기보다 복잡한 건 언제나 가족 간의 돈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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