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왕실 보석 털렸다"…'사다리차' 타고 루브르 침입한 4인조

총 8점 도난, 황후 다이아 왕관은 회수…마크롱 "반드시 되찾을 것"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다리차 [사진=EPA·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대표 관광명소 루브르 박물관에서 19일(현지시간) 오전 4인조 괴한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침입해 프랑스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AFP·A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날 이들은 개장 30분 뒤인 오전 9시 30분께 박물관 내 프랑스 왕실 보석이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다수의 보석을 훔쳤다.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BFM TV에 보석을 훔친 4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보석류 9점을 훔쳐냈고 그중에 1점은 범행 현장 인근에서 회수됐다고 말했다.

BFM TV 등 프랑스 언론은 범인들이 떨어뜨리고 간 보석은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으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루브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돼 있다.

프랑스 문화부는 아폴론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보물 8점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 도난품에는 나폴레옹 1세가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과 브로치, 그리고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와 관련된 사파이어 목걸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퀴오 검사장은 범인들이 센강 쪽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진입한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은 박물관 2층 외벽에 걸친 사다리 사진을 공개하며 범행 경로를 전했다. 범인들은 전동 절단기를 사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범행이 벌어진 아폴론 갤러리는 루브르 내에서도 가장 화려한 전시실로, 프랑스 왕실 보석이 전시돼 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는 전시실과 불과 250m 거리에 있다. 다만, 대표 전시품인 140캐럿짜리 '레장 다이아몬드'는 도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로랑 누네즈 내무장관은 범행이 약 7분 만에 이뤄졌으며, 도난당한 보석은 모두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품이라고 밝혔다. 다티 문화장관도 범행이 불과 4분 만에 끝났다고 전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엑스에 "루브르는 우리 문화의 세계적 상징이며 이번 사건은 우리 나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국가의 부패가 어디까지 간 것인가"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작품들은 반드시 되찾을 것이며, 범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절도 사건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유산, 즉 우리의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이날 하루 휴관했다. 사건이 박물관 개장 이후에 벌어지면서 이미 입장한 관람객들이 퇴장 조치되고, 이를 미처 알지 못한 관광객들이 계속 박물관 앞에 도착하면서 박물관 안팎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에만 방문객 900만명이 찾은 관광 명소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 유물과 예술 작품 3만3000점을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