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하며 “카카오 그룹 총수로서 범행의 이익이 가장 크다”고 했던 사건이지만, 법원은 “인위적 시세조종이나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주식회사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피고인(3번)은 펀드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고정·유지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김 위원장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당시 공개매수 마지막 날(2월 28일) SM 주가가 공개매수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공개매수 저지를 위한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 증거로 제시된 관계자 이준호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중요 부분이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과 상식에 반하며, 수사 압박과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매수주문은 시간적 간격과 비율, 매매 방식 등을 볼 때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보기 어렵다”며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고정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 등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고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동으로 행동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공모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달리 공동보유자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김 위원장은 “재판부가 꼼꼼히 검토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졌던 시세조종 의혹의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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