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커머스 시장 경쟁의 무게추가 단일 플랫폼 중심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용자 수나 거래액 같은 단순 지표 경쟁이 아니라 기술·물류·데이터·결제 인프라를 결합해 시장 구조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이커머스 시장 성숙에 따른 성장 방식 변화가 자리한다. 시장 초기 고성장 국면에서는 트래픽 확보와 가격 경쟁이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지만 거래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고객을 묶는 '록인 전략'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요 사업자들은 고객보다 '셀러' 확보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플랫폼 거래 구조를 구성하는 핵심이 이제 수요 측이 아니라 공급 측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합종연횡은 단순 협력이 아니라 각자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네이버는 외부 유통·물류 인프라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컬리와 공동으로 '컬리N마트'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도입하고 컬리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에 편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도 새벽배송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이 밖에도 네이버는 CU·GS25·이마트24 등과 '지금배송' 서비스를 연동하고 롯데유통군과 AI 기반 유통혁신 협력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외부 파트너를 자사 시스템에 끌어들이고 있다.
신세계는 국내 중심이던 유통 경쟁을 넘어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확장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 설립 절차에 착수했으며 그 산하에 편입될 G마켓은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와 판매 연동을 개시해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섰다. 이로써 G마켓 입점 셀러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라자다 운영 국가에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게 됐다.
플랫폼마다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는 중소 셀러와 브랜드를 자사 체계 안에 편입하는 것이다. 셀러 수와 상품 경쟁력이 플랫폼 내 거래 규모를 좌우하면서 공급자 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시장 지배력를 확보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 기반을 선점한 사업자가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다시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통 업계 합종연횡을 외형 확장이 아닌 생태계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이버, 컬리, 신세계, 알리바바 등 주요 유통사 간 연합은 단순한 제휴가 아니라 강자인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라며 "각사가 부족한 영역을 상호 보완해 배송 신뢰성과 상품 구색을 맞추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셀러를 자사 플랫폼에 고정시키려는 생태계 확장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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