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 8위 HD현대그룹은 최근 신임 그룹 회장에 정기선(43) 수석부회장을 승진 임명하며 3세 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현대중공업 입사 16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입사한 뒤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거쳤다. 현재는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등 핵심 사업 고도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HD현대는 현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룹 핵심 사업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승진으로 절친이자 조선업 라이벌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계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조선, 방산, 에너지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차기 총수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는 가운데 장남인 김 부회장은 형제 중 가장 많은 지분인 4.86%를 증여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3형제 간 경영승계 구도가 한층 명확해지면서, 한화의 3세 경영 전환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도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하다. 허태수 회장 체제 6년 차를 맞은 가운데 허세홍(GS칼텍스), 허서홍(GS에너지) 등 4세 오너 경영진이 그룹 신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허세홍 사장은 4세대 가운데 가장 먼저 계열사 대표 자리에 오르며 유력한 차기 총수로 꼽힌다. 그는 GS칼텍스 대표이사로서 정유·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제조 혁신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 GS칼텍스 실적 부진과 함께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의 ㈜GS 지분율이 허 사장보다 높아지며 향후 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 방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젊은 오너 경영진들은 혁신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며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한국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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