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2024년 6월경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이라는 제하에 기고를 한 바 있다(조선일보 2024년 6월 24일자). 당시 2600선에 불과하던 KOSPI 지수가 지난 20일 3800선에 도달하였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이야기가 어느새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이야기로 바뀌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부와 시장이 노력한 결과이다. PER이나 PBR로 대변되는 한국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이제 앞을 바라보며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3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주주충실의무 등 상법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무에 반영이 되고, 판결을 통해 지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 지침 마련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주식소각 등 남은 쟁점에 대한 상법 개정과 관련 세제의 정비, 특히 배당소득분리과세 개편이 긴요하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한 법적 수단의 마련이, 후자에 대해서는 향후 금융투자소득세를 포함한 자본소득세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요구될 것이다.

둘째,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보듯이 여전히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어려운 일들이 있다. 산업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새로이 재편되는 전 세계 공급망하에서 한국에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선별과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업에 있어서는 그간 교조적으로 받아들여 온 금산분리나 금가분리와 같은 원론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의 CVC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대응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셋째, 자본시장의 인프라에 대한 개선과 보완이다. 주가는 흔히 PER과 EPS의 곱으로 이야기한다. 앞서 첫째와 둘째가 PER과 EPS 상승의 충분조건에 대한 것이라면 셋째는 PER과 EPS의 곱이 제대로 산출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지금 어느 때보다 자본시장이 주목을 받고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그 기본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성공을 위한 기본적 인프라는 무엇보다 공정한 규율의 마련과 집행이다. 규율의 큰 틀은 사전적 공시제도와 사후적 불공정거래 규제가 될 것이다. 최근 자본시장사범 엄단방침은 이런 관점에서 적시성이 있다. 

우리는 지금 한국 자본시장이 재도약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단순히 주가의 관점에서 볼 일은 아니다. 자본시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장이 되고, 가게의 입장에서 낮은 진입장벽의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정반대에 놓여 있는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의 큰 흐름(소위 '머니무브')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큰 흐름은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꽃봉우리가 만개할 수 있도록, 그 성과가 시장과 국민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상황에 흥분하지 말고, 냉정한 다음으로의 도약과 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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