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경 "20대 끝자락에 만난 '굿뉴스'…저의 젊음 담았죠"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배우 홍경은 '청춘'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불안과 위태로움부터 단단한 결심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대를 통과하는 젊은이의 복합적인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낸다.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1'부터 '악귀', 영화 '댓글부대'까지. 홍경은 언제나 상처 입고도 꿋꿋이 버티는 청춘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왔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감독 변성현)에서 홍경은은 고난도 관제 시스템 '랩컨(레이더 컨트롤)'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으로 분했다. 원칙주의자이자 출세를 꿈꾸는 인물로 세상의 불합리와 마주하며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을 섬세하게 완성했다. 냉철한 판단력과 인간적인 불안, 자신만의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서고명은 지금을 사는 젊은 세대의 초상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한 번 '현세대의 얼굴'임을 증명해 보인다.

"변 감독님께서 긴 시간 이 작품을 준비한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제나 그렇지만 이 작품도 많은 분이 모든 걸 쏟아 만들었습니다. 영화제로 시작해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가 되었는데 설렘 반 걱정 반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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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홍경은 '굿뉴스'의 서고명을 두고 "뜨거운 친구"라고 말했다. 공군 엘리트로서 냉철한 판단력과 규율 속에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이룬 것과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시대 속에서도 명령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가려는 의지가 느껴졌어요.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저도 제 일에 대해서는 뜨거운 마음이 있어요. 연기를 할 때 저만의 리듬과 사랑으로 임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루고자 하는 열망, 자기 길을 가려는 확고한 의지. 서고명을 보며 제 안의 그런 부분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냉철함 속에서 인간적인 흔들림이 공존하는 서고명은, 결국 모순을 품은 인물이다. 홍경은은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친구도 과정 속에서 깨닫는 게 많아요. 야망과 이익 그리고 승객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혼란스러워하죠. 하지만 그런 혼란이 오히려 사람답다고 느꼈어요.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면 고민하게 되고 결국 그 고민이 행동으로 드러나잖아요. 그게 서고명의 진짜 얼굴 같았어요."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홍경은은 이번 작품으로 '변성현 감독 월드'에 입성했다. 설경구를 비롯해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키스태프들 사이에 합류한 그는 현장의 완성도 높은 호흡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월드는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프로덕션이에요. 조명감독님, 촬영감독님이 주축이 돼서 움직이는데 특히 랩컨실 장면을 순차적으로 찍어나갈 때는 잘 짜여진 매커닉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막힘이 없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어요. 그 안에 있는 게 엄청 기분 좋았죠. 다들 직관적으로 이야기해도 서로 다 알아요. 눈치 볼 필요 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 주고받아요. 철저하게 준비돼 있지만 동시에 유연하게 움직이는 팀이에요. 감독님이 그중에서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받아들이고요. 조명감독님, 미술감독님, 촬영감독님 모두 함께 작품을 유동적으로 만들어가는 현장이었어요. 그런 환경 안에서 일한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홍경은은 설경구·류승범과 함께한 현장을 "매 순간이 배움이었다"고 표현했다. 두 배우의 에너지와 리듬 속에서 그는 서고명이라는 인물을 단단히 세워갔다. 

"(설)경구 선배님은 처음 리딩 때부터 저를 배우로, 고명으로 믿어주셨어요. 주눅들지 않게 해주신 그 믿음이 정말 감사했어요. 현장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연함이 있었는데, 그게 고명이 아무개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닮았어요. '이 사람이 정말 사람을 구하려는 게 맞나?' 계속 묻고 의심하면서도 끌리는 감정이랄까. 그런 에너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류)승범 선배님은 연기적으로나 사람으로나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영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건이 멈출 때마다 에너지로 장면을 휘저으시잖아요. 관제탑 장면에서 그 카리스마를 지켜보면서 '저게 진짜 프로구나' 느꼈어요. 연기뿐 아니라 삶의 자세까지 배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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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이 만든 '굿뉴스'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놀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서고명'은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연기 톤의 균형을 섬세하게 유지해야 하는 인물로 주변의 과장된 캐릭터들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혼란의 경계를 오가며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곧 영화의 정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되었다.

"감독님께서 '네가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고명은 이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물이에요. 주변이 다 과장된 톤인데 그 안에서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고요. 쉽지는 않았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고명이 어떻게 믿고 반응할지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그게 재밌었어요. 변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아갔어요."

홍경은은 특히 세밀한 프로덕션의 힘이 자신에게 큰 에너지를 줬다고 회상했다. 

"공간이 주는 힘이 있어요. 랩컨 조정실 세트는 실제로 불이 들어오고 버튼도 다 작동돼요. 사운드도 조감독님이 현장에서 직접 쳐주시고요. 그러니까 반응이 바로 와요. 그런 환경 안에서 진짜 조종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고 몰입이 더 깊어졌어요."

'굿뉴스'의 현장은 배우 홍경에게 단순한 촬영장이 아니었다. 리듬이 살아 있는 파도처럼 완벽하게 조율된 프로덕션의 흐름 속에서 그는 자신이 연기의 한 축이자 현장의 일부로 녹아드는 경험을 했다. 

"그 리듬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완벽한 파도 위에 올라탄 느낌이랄까. 짜릿했어요. 어려운 지점들도 많았지만, 다 끝났을 때 오히려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어요.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배우 홍경 [사진=넷플릭스]

그가 꼽은 가장 큰 원동력은 변성현 감독이었다. 

"전 감독님을 정말 사랑해요. 저를 출발선 위에 올려주신 분 같아요. '이제 달려봐라' 하고 등을 밀어주셨죠."

20대의 끝자락에서 만난 '서고명'은 그에게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청춘의 결정체 같은 존재였다. 

"결과는 제 몫이 아니지만, 20대 내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열망과 불안을 쫓아왔거든요. 그 모든 게 '서고명' 안에 집약된 느낌이에요. 친구를 만난 것 같았어요. 이 작품으로 20대를 닫는다는 게 큰 의미예요. '굿뉴스'는 제 젊음을 담은 영화예요.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잖아요. 그 뜨거움과 젊음이 고스란히 새겨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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