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트럼프 팔짱 끼고 옆에서 '폴짝'…日 "할 수 있는 최대 성과 냈다"

아베 시절처럼 '도널드-사나에' 이름 부르기 외교 성공

닛케이 "미·일, 안보보다 경제 협력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방일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신(新) 미·일 황금시대'를 선언하며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로 불러주세요. 저도 '사나에'라고 부를게요."

28일 미·일 정상회담 후 오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한 말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아베 시대의 '브로맨스 외교'가 부활했다면서 첫 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강경 보수 성향과 딱딱한 이미지로 인해 외국 정상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름 부르기 외교'는 양국 관계를 한층 부드럽게 만드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을 수 있느냐가 다카이치 정권의 향방을 가를 관건이었다"며 "첫 회담에서 세심한 준비로 긍정적 인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90조원) 대미 투자 이행 의지 재확인, 국내총생산(GDP) 2% 이상 국방비 지출 확대, 중국에 대응한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도 철저히 분석했다. 선물 목록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채, 황금 골프공,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친필 사인 골프백이 포함됐다. 정상회담 직전에는 일본 프로야구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뛰고 있는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함께 시청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다카이치 총리를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에 함께 태우고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로 향했다. 교도통신은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마린 원 탑승을 허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동맹 강화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요코스카 미군 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 앞에서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라며 다카이치 총리를 호명했다. 그러자 다카이치 총리는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폴짝폴짝 점프를 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에게 팔짱을 끼고 걸으며 대화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대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최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분야에서 솔직한 논의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트럼프 밀착'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국제 사회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번 회담은 경제 분야에 집중된 반면 안보 협력은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일본 방문에서 '실리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