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시대'의 그림자… 소외된 필수소비재, 글로벌과 온도차

  • KRX300필수소비재 -2.57%… 코스피는 16% 급등

  • 글로벌 자산운용 "필수소비재 저평가 종목 기회 많아"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코스피가 '사천피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가 10만전자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50만원대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대장주 중심의 강세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필수소비재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소외된 모습이다.
 
코스피 고공행진 속 역주행…필수소비재 부진 뚜렷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부터 28일까지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2.57%, KRX 필수소비재 지수는 -2.2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 이상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특정 업종, 특히 반도체·조선·방산 등 대형주에 집중된 비대칭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필수소비재 내에서도 업종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며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 삼아 주가 100만원을 돌파, 식품업계 최초 황제주에 등극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하며 '면비디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면 CJ제일제당(-4.34%), 롯데칠성(-3.75%), GS리테일(-2.30%)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소비 위축이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수혜 업종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5만~50만원을 차등 지급하며 총 13조2000억원 규모로 집행됐다. 주요 수혜 업종으로는 편의점·외식·식품이 꼽혔고, 증권가는 GS리테일, BGF리테일, CJ제일제당 등을 유망 수혜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쿠폰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국한되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은 제외됐다. 이로 인해 편의점과 지역화폐 기반 플랫폼 운영사인 쿠콘, 웹케시 등 핀테크 업종이 반짝 상승했으나, 필수소비재 섹터 전반의 반등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020~2021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소매판매액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소비쿠폰의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해외는 달랐다…미국선 다시 주목받는 방어주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방어주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로 인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필수소비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필수소비재는 유일하게 손실을 기록한 섹터였지만, 이는 향후 반등 여지를 키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긍정적 시각을 유지 중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섹터 다이나믹스가 정상화되며 2025년 필수소비재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밸류에이션 스프레드가 확대돼 저평가 종목을 고를 기회가 많다"고 평가했다.
 
필수소비재에 투자하는 XLP ETF는 2.67%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소비주 대표 종목인 코카콜라, P&G, 월마트 등은 고금리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여전히 방어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연말 소비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해 예상치(3.2%)를 상회했고, 룰루레몬(20.4%), 데커스(16.6%), 월마트(7.8%) 등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필수소비재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일부 품목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중국 소비재 시장 성장률은 0.9%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0.6%)보다 개선된 수치다. 식음료, 생활용품 분야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필수소비재 부진은 구조적 요인과 경기 둔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민생소비쿠폰의 제한적 효과와 내수 기반 기업들은 여전히 소비 위축에 취약한 반면 삼양식품처럼 해외 매출이 높은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천피 시대에서 소외된 필수소비재 섹터는 국내외 온도차가 뚜렷하다”며 “내수 기반 기업과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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