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설득 실패하자…젠슨황 "중국, AI 경쟁서 미국 제칠것"

美 기술규제 지적하며..."中빅테크들은 전기 무료로 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오히려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야 한다는 그의 설득에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고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자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FT 주최로 열린 'AI의 미래 서밋'에서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규제와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황 CEO는 미국의 50개 주가 각자 규제를 채택하면 50개의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전기가 무료"라고 말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에너지 보조금으로 자국산 칩을 엔비디아 AI 칩만큼이나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이 연산 능력과 전력 효율성 면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칩을 압도하지만, 중국이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면 기업들이 화웨이 칩을 써도 전력비를 절감할 수 있어 엔비디아 칩의 장점이 일정 부분 상쇄된다는 것이다. 실제 FT는 최근 중국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전력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에너지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이 투입돼 건설되는 신규 데이터센터들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칩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황 CEO는 이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은 기술 발전에 대해 '냉소주의'에 빠져 있다면서 "우리에겐 낙관론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CEO의 이와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의 중국 수출금지를 계속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그간 황 CEO는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 중국이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에 AI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논리를 펴며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모델인 'H20' 칩에 한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는 "성능이 다소 낮은 버전의 블랙웰 칩을 중국 시장에 허용할 수도 있다", "시 주석과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 승인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미중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았고, 아시아 순방 이후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황 CEO의 '로비'에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최고위 참모진의 반대 의견에 따라 생각을 바꿔 시 주석과 블랙웰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방영된 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