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건설 현장의 주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 인프라 사업부터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까지 곳곳에서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면서 사업 지연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2024년 1월 착공식을 진행했지만 이후 2년 넘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공사비 증액 문제다. 해당 사업의 공사비는 2020년 12월 고시된 ‘GTX-C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인상, 금리 부담 확대 등이 겹치면서 실제 공사 원가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GTX-C 사업 시행사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심판을 신청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사업 시행사 간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4월 말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재 결과에서 공사비 증액 규모가 결정되면 법원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후 시행사가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 약정을 진행하면 연내 착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사는 약 2000억원 수준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공사비의 약 4.4% 수준이다.
GTX-C 노선이 지나가는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서도 사업 지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창동역은 GTX-C 정차역으로 계획돼 있어 개통 시 수도권 주요 지역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공사 진행이 늦어지면서 지역에서는 사업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해당 요구가 기획예산처(당시 기획재정부)의 ‘물가 특례’ 기준을 적용해 산정된 금액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건설 공사비 상승 폭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소비자 물가 지수는 약 15% 상승했지만 건설 공사비 지수는 30% 안팎까지 올랐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GTX-C 사업이 정부의 물가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기획처는 총사업비 관리 규정상 증액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국토부는 공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부처 간 이견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공사비 산정 구조의 경직성은 공공 인프라 사업 전반의 지연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공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단계에서 총사업비가 확정되면 이후 변경이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기획처의 총사업비 관리제도에 따라 사업비 증액은 별도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시철도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가 2019년 발표한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신규 노선 7개 가운데 5개 노선은 아직 착공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초기 계획 당시 산정된 공사비가 최근 급등한 건설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 정비사업 역시 사업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추진 중인 공공 재개발 사업지는 총 39곳, 약 5만7000가구 규모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간 사업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업지인 신설1구역과 흑석2구역, 거여새마을 등 주요 단지들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설1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다 2023년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다시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건설 원가 상승은 민간 정비사업에서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협상이 이어지며 분쟁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 문제와 시공사 교체 논란이 겹치면서 조합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조합은 지난 14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과 일부 임원 해임 및 직무 정지 안건을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개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연기됐다.
상대원2구역은 약 24만2000㎡ 부지를 정비해 43개 동, 지상 최고 29층, 약 48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성남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 중 하나다. 초기 3.3㎡당 394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는 이후 건설 원가 상승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사업비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검증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분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 결과에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지연이나 시공사 교체 등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공사업의 공사비 산정 구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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