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말로만 밸류업?"…공시로 '진짜' 주주친화 기업 가려내기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홈페이지 속 기업밸류업 정보 공시 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홈페이지 속 기업밸류업 정보 공시 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기업이 "밸류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이죠. 그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공시'입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운 전략을 시장에 알리는 자율공시입니다. 이후 일정 기간(분기·반기·연간)이 지나면 기업은 이행현황 공시를 통해 "이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했다"는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그보다 앞서 '안내공시'를 통해 언제쯤 계획을 발표할지 예고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기업의 밸류업 이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1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지난 5일 카카오뱅크와 롯데렌탈이, 6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홀딩스가 각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을 공시했습니다.
 
기업마다 제각각…롯데렌탈 '수익성·성장성·주주가치' 구분,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재무·비재무' 따로 명시
지난 5일 롯데렌탈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지난 5일 롯데렌탈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공시가 자율이다 보니 기업마다 포함 항목은 제각각입니다.

롯데렌탈은 이행성과를 △수익성 △성장성 △주주가치 등 세 분야로 나눠 제시했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선 기존사업 재정비와 핵심 사업(Core Biz) 확대·비용 개선·해외사업 강화를, 성장성에서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중고차 매매와 정비 플랫폼 진출을,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주주환원 및 ESG 경영 강화 등을 이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후속 결과입니다. 당시 롯데렌탈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달성 △신사업 진출을 통한 성장경로 확보 △국내 최상위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당기순이익의 40% 이상 환원 및 지속적 확대) 등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지난 6일 아모레퍼시픽홀딩스가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지난 6일 아모레퍼시픽홀딩스가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구분해 공시했습니다.

지난 6일 공개한 이행현황에 따르면 재무 부문에서는 △글로벌 리밸런싱 가속화 △브랜드 경쟁력 강화 △매출·수익성 동반 성장 등을 내세웠고, 비재무 부문에서는 △수익성 개선 기반 배당 확대 △자사주 일부 소각 완료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 상향 △기후변화 대응 및 순환경제 이행 등 지속가능경영 강화 노력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계획의 연장선입니다. 당시 재무 부문 목표는 △매출 성장률 연평균 10%(2024~2027년) △영업이익률 12%(2027년) △ROE 5~6%(2024~2027년 평균) 등이었고 비재무 부문에서는 주주환원 확대·지배구조 개선·지속가능경영 강화를 내걸었습니다.
 
KIND·DART에서 손쉽게 확인 가능…"아직 표준화는 미흡"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이 같은 밸류업 공시는 KIND 홈페이지 → 상단 메뉴 '기업 밸류업 정보' → 공시현황 조회 순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명과 기간을 입력하면 해당 기업의 '계획'과 '이행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도 '공시통합검색' 메뉴에서 기업명을 입력하고 '기업가치제고계획' 키워드로 조회하면 관련 공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자율공시인 만큼 작성 방식·항목·기준 시점이 제각각입니다. 어떤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수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만, 어떤 기업은 정성적인 서술에 그치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라 기업마다 작성 형식이 다르고, 다른 공시처럼 표준화돼 있지는 않다"며 "가이드라인 관련 간담회 진행 및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가 밸류업 공시를 볼 때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ROE·PBR·배당성향 등 계량 목표가 얼마나 이행됐는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실행 내역이 구체적인가 △향후 전략과 주주소통 계획이 제시돼 있는가 등이 해당되는데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안내공시 → 계획공시 → 이행현황 공시' 순으로 이어집니다. 이 흐름을 따라가면 기업이 밸류업을 말로만 하는지, 아니면 실행으로 보여주는지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이행현황 공시를 내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며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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