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배임죄를 폐지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법무부 관계자를 불러 배임죄로 처벌받는 사례 분석과 대체입법 절차에 관한 보고를 받는다. 대체입법에 관한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만큼 11월 중 폐지안 상정은 어렵고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임죄는 경제 선진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법적 규제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라는 범죄 자체가 없고 대신 관련 사안을 사기죄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처벌한다. 미국은 1982년 루이지애나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확고히 했다. 기업인이 회사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내렸다면 그 결과 회사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책임을 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형법의 원안인 독일·일본 형법은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상 판단에 따라 책임을 면하는 내용과 규제기관의 고의성 입증 등 요건을 규정하며 기업인의 운신 폭을 넓혔다.
배임죄에 대한 면책 조항도 따로 없어서 등기이사와 임직원들이 인수합병이나 출자 등 고도화된 경영상 판단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인 경영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거수기에 머무는 주요 이유로도 배임죄가 꼽힌다.
이미 사법부는 배임죄 기소·처벌을 줄이면서 기업인의 경영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9년 1095명이었던 배임죄 기소 인원은 2021년 513명으로 급감한 이래 연 500~6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배임죄로 기소되더라도 법원 판단에 1·2심에서 유무죄가 뒤집히는 사례도 잦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횡령·배임죄의 무죄율(1심 기준)은 5.8%로 전체 형사 사건 무죄율(3.1%) 대비 두 배에 육박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사문화된 상법상 배임죄 폐지를 처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형법상 배임죄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인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형법상 배임죄가 적용되고 1심 판결문에도 배임죄 폐지에 대한 법조계 우려가 판시된 만큼 여당 차원에서 배임죄 폐지를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검찰이 2심 항소를 포기하면서 여당 내에서 관련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배임죄로 처벌하던 사례 중 일부를 사기·횡령죄로 옮기고 민법상 보완 입법도 필요한 만큼 관련 연구용역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배임죄 폐지가 '재벌 봐주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와 노조도 설득해야 하는 만큼 법조계에선 연내 폐지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는 그동안 기업인의 고도화한 경영상 의사 결정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 만큼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며 "국회가 법조·재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해 개선 방안을 수립한 후 이를 토대로 입법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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