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7년여 만에 미국 방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국빈급 대우를 준비하며 방위·경제·중동 외교 구도 전반에서 대형 협력 패키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방문에 나선 빈 살만 왕세자는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적용되는 블랙 타이 공식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실무 방문이지만 사실상 국빈급 예우로,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만찬이 "한때 '국제적 왕따'로 비난받았던 빈 살만 왕세자의 실추된 명예를 공식적으로 되찾아주는 극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올해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첫 중동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하며 본격 관계 개선에 나섰고, 당시 양국은 142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방미에서도 핵심 의제는 방위·무기 협력과 중동 외교 구도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미국의 F-35 전투기 구매 의사를 밝혀 왔고 리야드가 가진 관심이 워싱턴 내부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 상태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일각에서는 첨단 전투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도 핵심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의 최대 외교 치적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도 최근 미국 정부에 F-35 판매의 전제 조건으로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구체적 보장이 없으면 협정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미 국방부는 F-35 전투기를 사우디에 판매하면 첨단 전투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AFP통신은 이번 회동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7년간의 미국 부재를 메우기 위해 안보 보장을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적극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빈 살만의 미국 방문이 3일간 진행되며 에너지·AI 분야의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도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제·투자 협력 역시 주요 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빈 살만의 백악관 방문 직전 미국 상장기업 9곳의 지분을 매각하며 미국 주식을 2분기 대비 18% 줄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우디가 국내 '네옴' 등 대형 프로젝트와 인프라 투자에 더 큰 비중을 두기 위한 조정인 동시에 미·사우디 협정 체결을 앞둔 재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개발사업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프로젝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이끄는 트럼프 그룹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트럼프 브랜드로 부동산 건설을 계획 중이며 홍해 연안의 트럼프 타워 제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한편 양국은 현재 방위협력협정 체결에도 근접한 상태다. WP는 양측이 2년간의 협상 끝에 안보 보장, 민간 원전, 희토류·광업, 인공지능(AI) 협력을 포함한 주요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국을 넘어 기술·청정 에너지 강국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중동 안보 재정비 과정에서 신뢰 가능한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WP는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