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그림자] AI·에너지·車 인프라 업계 긴장…투자 차질, 수익 악화 '이중고'

  • "범용 D램 고가 행진, 내년 하반기까지는 지속"

  • AI서버·ESS·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실화 조마조마

삼성전자의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 D램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 D램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객사들의 인프라 산업 투자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에너지 저장 장치(ESS),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인프라 산업에서 투자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범용 D램 가격은 지난 5월 중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대부분 제품이 2배 이상 올랐고, 최대 5배 급등한 제품도 있다. 낸드 플래시도 크게 올라 10월 고정거래가격이 14.9% 급등해 일부 제품은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이처럼 메모리 가격이 비싸지면서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탄 반도체 제조사는 환호하고 있지만 메모리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인프라 산업군 고객사들은 '메모리 대란'이 현실화할까 전전긍긍한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은 AI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AI 서버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신경망 연산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외에도 D램(DDR5·DDR4)은 물론 낸드 기반 eSSD 등이 필요하다. 

AI 서버 한 대는 일반 서버보다 약 8배 많은 메모리를 사용한다. D램과 eSSD 가격이 소폭 상승해도 총 시스템 구축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와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 관련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을 가중시키고, 중소 AI 스타트업들은 서버 임대 비용 증가를 겪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 서비스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나 전력망에 설치돼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인 ESS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SS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전력 변환 장치(PCS)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과 전력 반도체, 모니터링용 D램 및 낸드 가격 상승이 설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나 대규모 ESS 설비의 경우 CAPEX 증가로 사업 일정 관리와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메모리 품귀 현상이 심화할수록 재고가 ESS보다는 서버로 몰리기 때문에 수급 절벽에 시달리게 된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확산을 저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첨단화가 화두인 자동차 분야 또한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관련 차량용 반도체 탑재량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사용 반도체로는 MCU,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 연산 지원용 D램, 노어 플래시(Nor Flash), 전력반도체 등이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차량 제조원가를 높이며, 부품사 역시 원가 상승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곧 최종 판매가를 끌어올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범용 D램과 낸드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반도체 호황이 역으로 고객사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당시에도 구글, MS, AWS 등 빅테크의 서버 구축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차량용 D램, 낸드, MCU가 모두 부족해 완성차 생산 라인이 멈추거나 감산에 들어가는 등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기업들이 HBM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게 됐다"며 "범용 반도체 고객들이 재고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중이며,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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