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3대 관전 포인트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을 내세우고, 중국은 이에 맞서 다자 체제의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역설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회색지대 국가들을 끌어들이며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10월 말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3개국' 정상회의에서 리창 총리는 “자유무역과 다자간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아시아 국가 결집에 적극 나섰다. 지난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서도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는 표현은 미국의 암묵적인 반대로 빠졌다. 미국의 자유무역 파괴 속에 중국은 방대한 시장과 막강한 구매파워를 내세우며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그 세를 넓혀 가는 형국이다.

미국에 보란 듯이 11월 초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8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수입 박람회는 전 세계 138개국과 지역에서 온 4108개 해외 기업이 참가하면서 전시 면적과 참가 기업 수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가관이 총 67개국 만들어졌고, 그중 나이지리아와 스웨덴 등 국가가 처음으로 주빈국을 맡았고, 베트남∙쿠바 등 9개국은 수입박람회 기간에 중국과 수교 기념일 축제 행사도 진행했다 특히 반중 전선에 서 있는 호주이지만 수입박람회에 참가한 호주 기업이 256개로 중국의 구매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박람회 기간 체결한 무역 의향 거래액이 83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고, 누적 입장 인원도 9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이번 제8회 상하이 수입박람회의 핵심 관전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 휴먼노이드 로봇산업의 상용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박람회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통제 속에 중국 고속철도∙우주항공∙6G∙뇌-기계 인터페이스 등 첨단 기술 성과를 뽐내는 무대이기도 했다. 특히 휴먼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기술적 진화와 향후 상업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인 곳도 당연히 휴먼노이드 로봇 전시관이었다. 그중 유니트리(Unitree) 휴먼노이드 로봇 'G1'의 격투기 시연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올해 처음 공개된 'R1' 'H2'를 비롯해 다양한 크기의 로봇 개들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유비테크(UBTECH) 로보틱스의 물류·운반의 산업용 로봇, 러쥐(樂聚) 로봇의 태극권 시범 등 중국 휴먼노이드 로봇기업들의 제품 진화와 상용화를 뽐내는 무대였다. 한편 AI 응용 및 휴먼노이드 로봇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두고 벌이는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전도 목격되었다. 독일 노이라(Neura)는 세계 최초 상용 인지로봇인 산업용 로봇 MAiRA를 선보였다. MAiRA는 통합형 AI와 비접촉식 안전 모니터링 센서를 결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다양한 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이다. 캐나다 기업 이모봇(Immobot)은 사용자를 스스로 찾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능동적 상호작용 기능을 강조하는 가정용 컴패니언 로봇을 공개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2026년부터 휴먼노이드 로봇 생산라인을 가동해 2030년까지 연간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도 커져 가는 중국 로봇산업 상용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둘째, 미·중 간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 기업의 참관이 더욱 늘었다는 것이다. 이번 수입박람회는 경주 APEC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개최되는 만큼 미국 기업들의 참여 규모에 시선이 집중된 바 있다. 양국 간 관세전쟁이 잠시 휴전을 맞이하면서 참여 기업 수도 늘었다. 미국 농업부 대표단은 2023년 17개에서 2024년 14개사로 줄었다가 올해 19개사로 늘었고, 미국대두수출협회도 별도 부스를 운영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으로 2024년 기준 미국산 대두 수출의 절반 규모인 2700만t을 수입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올해 4월부터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지하면서 아르헨티나, 브라질산 대두를 대체 수입했다. 미국 중서부 대두 농가 대부분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텃밭으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협상에 조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 밖에 아이다호 주정부, 서부 농업무역연합, 육류수출협회, 가금류수출위원회, 쌀 협회, 면화협의회, 캘리포니아 와인협회, 위스콘신 인삼위원회 등 중국 수출을 위한 다양한 미국 산업협회와 기업들이 참가하면서 중국의 막강한 구매파워가 미국에 대응하는 희토류에 이어 중국의 또 다른 강력한 협상 무기임을 확인시키는 행사였다. 14억 중국 내수시장 선점을 위한 테슬라, 3M, 제너럴일렉트릭, 퀄컴, 화이자, 인텔, 포드 등 미국 테크기업들도 박람회 기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지난 6회와 7회 불참했던 테슬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로봇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하며 참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셋째,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실버산업, 펫산업 생태계와 소비트렌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박람회 기간 6대 테마 전시관과 혁신 인큐베이션 전시관을 통해 총 461건의 신제품·신기술이 처음 공개되었다. 6대 테마 전시관 중 실버산업과 펫산업 전시관이 최초로 만들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실버경제에 초점을 맞춰 재활 보조기구, 노인친화 제품, 수면회복 관련 제품과 기술들이 전시되었다. 국가정보센터 통계에 의하면 2024년 중국 실버경제 시장 규모가 이미 8조3000억 위안(약 1707조원)으로 2030년에는 20조 위안(약 4113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노인보건제품과 건강검진장비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1%, 7.5% 증가했다. 2030년까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가 약 3억7000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26.4%를 차지하면서 실버산업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펫코노미(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과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 제품관도 이번 박람회에 처음 등장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미디어 리서치(艾媒咨询) 자료에 의하면 2025년 중국 펫산업 시장 규모가 8114억 위안(약 166조원)으로 최근 3년간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기업정보 사이트 치차차(企查查)에 의하면 2025년 10월 기준 중국 펫산업 관련 기업 수가 약 500만 개로 최근 3년간 생겨난 기업이 전체 중 44.1%를 차지할 정도다. 향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펫시장 선점을 위한 미래형 반려생활의 다양한 외국 제품과 기술들이 전시되면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는 우리 제품의 중국 수출을 위한 통로이자 중국 시장의 변화와 소비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또한 우리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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