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문턱에 드리운 그림자] '3중 리스크' 속 내수 중심 반등…지속 가능성 여전히 안갯속

  • 반도체 편중·투자 위축·수출 부진…불균형 심화 속 성장 동력 약화

  • 환율·물가·글로벌 경기 변수 겹쳐 '저성장 고착' 가능성 여전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내수 회복과 반도체 선전으로 한국 경제가 상반기의 침체에서 벗어나 완만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위축·생산성 둔화·수출 불안이라는 ‘3중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현재의 회복세가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수 기반을 다지고 반도체를 넘어서는 산업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지만,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회복의 속도와 지속력은 다시 둔화될 공산이 크다.

최근 발표된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투자’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제시했고, 내년에는 1.8%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8월 전망에서 올해 0.9%, 내년 1.6%로 점쳤다. 올해 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다는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내년 성장 전망치는 완전한 회복 국면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경제는 소비와 수출이 회복 흐름을 이끌고 있으나, 생산·설비투자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동향 추이를 보면 최근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졌고, 건설기성은 역대 최장기간 위축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내수는 정부의 소비 활성화 조치와 고용 개선 등에 힘입어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 역시 회복세를 유지 중이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업황 회복세 덕분에 생산과 수출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기 부진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출 회복은 반도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의 10월 수출입동향에서는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상승분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증가한 품목은 반도체·선박·컴퓨터·석유제품 등 4개에 불과했으며, 9대 수출 지역 가운데 증가세를 보인 곳은 중남미와 CIS(독립국가연합) 두 곳뿐이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제조업은 경기 둔화와 글로벌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관세 부담과 중국 시장 약세가 겹치며 수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물가 변수도 경기 회복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다시 강세 흐름을 보이고, 국제 유가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환율·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며 소비자물가에도 상방압력을 가할 수 있어 ‘물가 안정 속 회복’ 정부의 경제 전망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내수 회복세를 확대하고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연초 발표 예정인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검토 중이며, 산업부는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M.AX’)을 본격 가동하는 등 생산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과 노동·교육 개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구조적 병목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투자와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고 수출 편중 구조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경기 흐름은 언제든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복의 문턱에 선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일시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 복원력’을 갖춘 경제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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