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예정했던 중국 상하이·항저우 12월초 출장을 갑자기 취소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연말 일정이 촘촘하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정치권과 외교가는 이 설명만으로는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권 교체 이후 중국 측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을 견제하거나, 국내 여권의 '오세훈 흔들기' 기류와 맞물려 일정이 차질을 빚은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세훈 시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며, 이미 차기 강력한 대권 후보다. 외교 전문가는 "중국이 한국의 야당 성향 지방정부 수장을 대할 때 속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권 교체 이후 중국이 서울시장의 방중에 신중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정치적 신호'를 지방정부 외교에서 먼저 드러내는 것은 흔한 방식이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연말 일정"을 사유로 든 것도 외교적 맥락을 감안한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외교 관계자는 "외교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것 사이에 있다"며 "상대국의 소극적 태도가 감지될 경우 일정 조정으로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정 취소가 단순한 내부 사정이 아니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는 올해 중국 비자 심사 과정이 이례적으로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출장에 동행 예정이던 기자단은 병적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회사 발행 출장명령서 등 종전에는 제출 요구가 없던 자료까지 요청받았다.
게다가 여권 사진도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리면 재촬영해야 했고, 영문·한문 이름까지 제출하도록 요구받았다. 비자 심사 과정에 포함된 병적정보는 군 계급·특기·입대 및 전역일 등 민감한 신상정보 전부였다.
다년간 중국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9·11 테러 직후 미국 비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 정도면 사실상 정치적 스크리닝에 가깝다"고 말했다. 엄격한 비자 심사는 중국이 지방정부 교류에서 환대 수준을 조절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신호로 잘 알려져 있다.
출장 취소 결정이 내려진 시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기자단의 비자 신청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야 취소가 공식화됐다. 중국 측 일정 조율이 원활하지 않았거나, 승인 과정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중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지방정부 교류도 중앙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 이후 한국 일부 지자체와의 교류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상하이·항저우 일정에서 중국 측 조율이 예상보다 지연됐다면, 서울시가 외교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일정을 접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지역협력기업·첨단산업시설 시찰과 투자유치 간담회 등 실질적 경제외교 성격이 짙었다.
서울시는 "중국 측 문제가 아닌 시장 일정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취소 배경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 최근 '오세훈 흔들기'가 강화되는 상황과도 맞물리며, 정치적 맥락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과 외교가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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