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 제안 일주일…침묵 이어가는 北

  • 정부 北 동향 관련 "특별한 반응 없어"

  • 北 실익 크지 않아…무응답 지속 무게

  • 곧 9차 당대회…대화 적절치 않은 시점

북한군이 동부전선에서 채석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북한군이 동부전선에서 채석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일주일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 논의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침묵을 이어가며 사실상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24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대내외 매체는 회담 제안과 관련한 소식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정부가 회담을 제안했던 지난 17일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당국자 명의 담화는 물론 논평도 전혀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동향과 관련해 "특별한 반응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북측에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한이 이번 대화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남북 소통을 재개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북한이 2023년 말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남측과의 대화에 응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최근 밟아 온 강경 기조가 흔들리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군사적 상황 또한 북한이 긴급하게 대화에 나설 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평가다. 북한군은 지난해 4월부터 MDL 인근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 병력을 투입해 철책선 설치와 지뢰 매설 등 이른바 '국경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업 인원이 남측으로 넘어오는 사건이 최근 반복됐고, 우리 군이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당장 충돌 가능성이 확대되지 않는 이상 대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다음 달 중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남측과의 대화가 전략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중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법·제도적으로 확정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과 소통 재개는 북한이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의미다.

이같이 북측의 무응답이 예견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회담을 제안한 것은 MDL 주변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이 부대변인은 이날 "MDL 문제에 대해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제의한 것"이라며 제안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북한의 냉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속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빈 방문을 앞두고 현지 매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저의 최우선 과제"라며 "북한과 언제, 어떤 채널을 통해서라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