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정부는 수출무역과 대외거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수출보험제도를 만들었다. 통상의 보험으로 구제받기 어려웠던 수출무역이나 대외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당시 시대적 과제였던 수출 진흥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었다. 1972년에는 상호신용보장기금 설립을 시작으로 예금보험제도를 만들었다. 금융기관이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예금보험기구가 이를 대신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던 당시 정부는 공장·도로·발전소 등에 투입할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국민의 예금을 통해 이를 조달하려고 했다. 산업자본 마련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예금의 신뢰를 높인 보험제도는 역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이 미흡하다는 진단이 그 중요한 추진 배경이다. 이에 부동산에서 첨단·벤처·혁신 기업으로 자금 흐름에 대전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가계 자산의 64%가 부동산에 쏠리면서 초래한 아파트 가격 폭등은 주거 비용 증가, 사회 양극화, 노동의욕 저하, 저출산 등 수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흐르던 돈의 물꼬를 생산적 영역으로 돌리는 것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돈이 부동산에 쏠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 투자는 안정성에 수익성까지 더해 다른 투자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투자 손실의 가능성이 극히 낮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기에 신뢰성 기준으로도 월등한 투자 대상이 되었다. 반면 돈을 생산적 영역이나 모험자본으로 흐르게 하는 물꼬의 첫 길인 금융상품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으로만 보면 그 안전성이나 수익성이 부동산 투자보다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상품의 실체는 판매 당시 설명과 다른 경우가 태반이다. 옵티머스, 라임, 디스커버리, DLF 사태 등 계속된 대규모 사고는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를 더욱 상실하게 만들었다.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상품 투자자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송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런 조치를 하더라도 전액 회복은 불가능하고 일부 회복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으로 흐르는 돈이 금융상품을 통해 생산적 영역이나 모험자본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그 물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위험의 발생 가능성과 심각성으로만 보면 금융상품 투자보다 자동차 운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의 발달로 인해 그 위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비약적인 자동차산업 발전이 가능해졌다. 부동산 투자가 고착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돈이 금융상품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그 신뢰 회복을 위한 과감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대규모 피해를 촉발한 독일 헤리티지 DLS 펀드 사태에서는 판매회사들이 투자자들 원금을 우선 반환한 후 그 원인 제공자들에 구상소송을 제기하여 손실을 만회했다. 금융상품 신뢰 회복을 위해 이런 구조를 아예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무역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같은 별도 기구나 기금을 설립하여 금융상품 보험제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금융상품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때 행정청이 금전적인 제재 처분으로 확보한 돈을 투자자 손실 보전에 사용하도록 하는 한국형 페어펀드(Fair Fund) 도입도 필요하다. 이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이미 관련 법안들도 나와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소송을 자체 비용으로 대신 제기하고 손해배상금을 받을 때 사후 정산해 주는 대만의 투자자보호센터 같은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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