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지키고 공예작가 키우는 김해

  • 화포천 먹이주기·로컬 공예 유통 지원으로 '생태·문화 자산' 동시 강화

화포천습지 독수리 사진사진김해시
화포천습지 독수리 사진[사진=김해시]


김해시가 겨울철새의 안전한 월동을 돕는 화포천습지 보전 사업과 지역 공예작가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유통·홍보 지원 사업을 동시에 가동하며, 생태와 문화자원을 아우르는 ‘로컬 자산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해시는 올겨울 화포천습지를 찾는 철새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겨울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화포천 일대에는 매년 수천 마리의 겨울철새가 도래한다. 그러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먹이 부족과 체력 소모로 탈진하거나 아사 위험에 놓이는 사례가 반복된다. 시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돼지 부산물, 볍씨, 고구마 등 먹이를 공급하는 사업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

화포천습지는 독수리,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생태 거점이다. 이미 올겨울에도 독수리 200여 마리, 큰기러기 1만여 마리가 도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겨울철 찾아오는 철새 개체 수가 꾸준히 늘면서, 안정적인 먹이 공급을 통한 월동 지원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민관 협력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해부터 효성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매년 1200만원 상당의 철새 먹이용 농축산물을 기탁받고 있다. 지역 농축산물 판로를 넓히는 동시에 철새 보전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올해는 화포천 생태관광지역 육성사업을 운영 중인 (사)김해화포천생태관광협회가 효성그룹의 지원을 토대로 먹이주기 프로그램을 직접 맡아 진행한다. 화포천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이 먹이주기 활동에 참여하도록 설계해 보전과 체험을 함께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화포천습지 과학관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화포천 독수리 식당’ 프로그램이 열린다. 참여자들은 독수리와 다른 겨울철새들의 생태를 설명 듣고, 먹이를 나누는 과정을 함께 체험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철새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환경교육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규 김해시 환경정책과장은 “화포천습지는 자연유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 생태적 기반”이라며 “철새 먹이주기와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키우면서 화포천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예작품, 부산·김해 F&B 매장으로...로컬 브랜드 유통 실험
겐지다이닝-신재일사진김해시
겐지다이닝-신재일[사진=김해시]


생태 보전과 더불어 김해시는 지역 문화 산업의 ‘생태계’도 다듬고 있다. (재)김해문화관광재단 김해공예창작지원센터는 지역 도자공예 작가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통 기반을 넓히기 위한 ‘지역작가 작품 유통·홍보 지원 사업’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지역 도자공예 작품을 전시 공간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부산·김해 핵심 F&B 브랜드와 협업해 실제 고객의 테이블 위로 올리는 프로젝트다. 로컬 공예작품이 매장 인테리어와 브랜드 콘셉트, 식문화 경험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소비 경험과 유통 채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업 매장은 겐지다이닝, 테이스티저니, 피어어피어 등 3곳이다. 매장별 분위기와 메뉴에 맞춰 제작된 맞춤형 식기, 머그컵 등이 비치돼 식사와 음료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객과 만난다. 동시에 일부 제품은 전시·판매로도 연결돼 작가들의 수익 창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높이고 있다.

참여 작가는 공모·심사를 거쳐 선정된 △신재일(재나포터리) △주아현(그린온더브라운) △조승연(이아도예) 3인이다. 이들은 각 매장과 1대 1로 매칭돼 메뉴 특성과 매장 콘셉트, 공간 연출 방향을 반영한 전용 라인업을 제작했다.

김해공예창작지원센터는 이 과정을 통해 작가들이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조율하며 시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공예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실제 브랜드와 함께 선보이며 고객과 직접 만나는 기회”라며 “지역 공예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드는 데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센터는 앞으로도 지역 공예인의 판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유통 실험과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겨울철새 보호를 위한 화포천 먹이주기 사업과 도자공예 작가 유통·홍보 지원 사업은 각각 환경과 문화 영역에 속한 개별 사업이지만, 김해라는 같은 공간 안에서 ‘지역 자산을 지키고 키운다’는 공통된 방향을 갖고 있다.

도시 외곽 습지에서는 독수리와 큰기러기가 먹이를 찾아 내려앉고, 도심과 상권에서는 지역 작가들이 빚은 식기가 로컬 F&B 브랜드와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든다.

김해시는 겨울철새와 공예작가라는 서로 다른 주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행정·재단·기업·시민을 잇는 협력 구조를 넓히고 있다.

화포천습지 보전과 공예작가 유통 지원이 어우러진 김해의 이런 시도가,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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