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전통식단의 건강장수성과 김치의 세계화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장수의 결정요인을 찾기 위해 장수도의 지역적 편차에 관심을 두어 생태환경, 생활문화, 지역경제, 건강보장, 사회안전망 등 공적요인과 더불어 개인의 식생활, 활동패턴, 관계, 참여 등의 사적요인들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하여 장수요인의 복합적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장수요인은 바로 장수식단이었다. 불로초에 대한 환상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세인의 평생식단은 너무도 평범하여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였다. 우리 식단은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고 반찬은 김치 나물 장 그리고 일부 젓갈이 전부였으며 백세인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이런 식단의 장수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국제적 장수식단으로 잘 알려진 지중해식단과 조목조목 비교하였다. 

지중해식단과의 차이점은 우리 식단은 재료적 측면에서 과일이 적고 채소가 주이고, 조리적 측면에서 신선한 채소 보다 나물형태의 데치는 채소가 주이다. 구성적 측면에서는 동물성식단보다 식물성식단이 주이기 때문에 이런 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장수식단으로 거론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식단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유레카를 외칠만한 결과를 얻었다. 식재료의 기능성 특성을 비교한 결과 채소에는 항산화효과 항돌연변이 효과가 높게 나왔지만 과일에는 항산화효과는 높아도 항돌연변이효과가 미미하였다. 과일의 껍질에는 항돌연변이 효과가 있지만 실제 먹을 때는 벗겨버리니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능적 측면에서 과일보다 채소가 필수적임을 밝혔다. 조리적 측면에서는 채소를 날로 먹느냐 익혀서 데쳐서 먹느냐는 실험을 통하여 극적인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채소에 함유한 질산염이 데치는 과정에서 손쉽게 제거되었다.

질산염은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변하여 발암물질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질산염함량을 저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데 간단하게 바로 데치는 과정으로 격감시킬 수 있었다. 더욱 일반인이 우려해 온 열에 약한 유효성분의 소실을 실험하기 위해 데치기 전후 과정에서 비타민C의 양적변화를 관찰해 본 결과 비타민C 함량이 1분 3분 데치더라도 20-30%정도만 소실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채소를 데치게 되면 부피가 거의 5분의1로 줄어들고 먹기 쉬어지기 때문에 채소를 더 먹게 되면 열에 약한 성분의 섭취 총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섬유소와 각종 기능성 피토케미칼 섭취량이 증가하므로 건강성을 증대하는 추가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학적 문제는 비타민B12이다. 육류에만 있고 채소에는 없음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에게 비타민B12의 보충이 항상 권장되어왔다. 그런데 백세인의 혈중 비타민B12를 측정해 본 결과 대부분이 정상 범위였다. 채식위주 식단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비타민B12의 혈중농도가 정상인가를 밝히기 위해 분석해본 결과 놀랍게도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과 김과 파래와 같은 해조류에 다량 함유하고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발효과정에서 비타민B12가 생성되어 육류섭취부족의 문제점을 보완한 조상의 지혜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과감하게 우리 전통식단이 손색없는 장수식단임을 선포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 K-FOOD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이루었다.

다음 전통식단 중 가장 특색이 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고심하던 차에 김치에 주목하였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면 가장 그립고 생각나는 음식이 김치이다. 김치는 다양한 식재료를 함께 발효하여 먹을 수 있는 독보적 식품일 뿐아니라 과학적 측면에서도 그 가치가 특별함이 밝혀져 왔다. 채소 발효 식품은 독일의 사워크라우트, 일본의 쯔게모노, 중국의 파오차이, 미국의 피클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소금과 식초를 주로 사용한 신맛위주의 부식일 뿐이다. 반면 김치는 양념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다. 전통적 양념은 파, 마늘, 양파, 생강 그리고 소금과 고추이다. 바로 이들 양념 성분에서 단순한 맛이 아닌 달고 짜고 시고 쓰고 매운 맛의 오미(五味)를 표출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룬 맛을 완성하였기에 김치는 여느 외국의 발효식품과 차원이 다른 경지를 이루었다. 더욱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보면 김치에는 고추의 캡사이신, 마늘의 알리신, 생강의 진저롤 뿐 아니라 채소의 퀘르세틴 등이 다량 함유하여 항산화성, 항돌연변이성, 면역증진능, 과산화제거능 등의 건강기능성이 확인되어 암 당뇨 비만 등의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었다. 더욱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추가하는 양념들이 다양하다. 새우, 멸치, 조기, 갈치 등을 발효한 각종 젓갈 또는 굴, 밤, 대추, 등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여 맛을 다변화하고 기능성을 증대하여 왔다. 김치의 주재료로도 배추와 무우 이외에 갓, 죽순, 고들빼기, 파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며, 형태도 것절이, 묵은지, 일반 김치, 동치미, 싱건지 등 실로 300종이 넘는 김치로 독특한 맛을 창출하여 우리 민족의 입맛을 화려하게 충족하여 왔다. 또한 김치는 발효과정을 통하여 각종 유익 미생물을 다량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미생물총공급식품의 위상을 추가로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김치는 위생적으로도 안전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유익균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김치를 먹고 배탈이 나거나 문제될 일이 거의 없어 김치를 오랫동안 즐겨 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의 주성분인 배추와 무우는 다량의 섬유질을 공급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주식인 밥을 먹을 때 김치를 먹으면 굳이 기름진 부식을 먹을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서양의 음식과 전혀 달리 비만을 예방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김치는 전통사회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건강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해본다. 이와 같이 김치는 맛, 기능, 안전, 건강 면에서 독보적인 발효채소이다. 따라서 미래초고령사회에서 노화를 지연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 김치를 적극 추천할만한 식단이 아닐 수 없다.

김치의 과학적 건강성과 사회문화적 특성 및 보다 발전적인 김치를 개발하여 세계화에 앞장서기위해서 세계김치연구소가 광주에 설립되었고 김치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하나(1) 하나(1)가 모여 22가지효능을 나타내는 김치를 상징하여 11월22일을 국가가 김치의 날로 선포한지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세상에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쉬웠다. 최근 K-POP이 일으킨 바람이 K-CULTURE를 세계화하면서 K-FOOD도 국제적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4개국가 10개도시가 이미 김치의 날을 제정하였고 런던 로스앤젤러스 뉴욕 등에는 김치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랑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광주MBC의 김낙곤사장이 연락하여 김치세계화포럼을 만들고 싶다며 필자에게 참여를 부탁하여 기꺼이 응하였다. 영국의 저명한 학자가 국제학술지에 대한민국이 2030년이 되면 세계최고의 장수국가가 되리라고 예측 발표하였고 실제 현장에서 백세인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건강장수의 요인 중 하나로 전통식단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중 김치의 특별한 효능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김치의 세계화에 한 몫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22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앞 광장에서 벌어진 광주MBC가 주최한 김치대전에서 1122명의 자원봉사자가 10000포기의 배추를 김장하여 지역사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대축제에 직접 참여하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축사와 축하공연이라는 의례적 절차 다음에 일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환호성을 외치며 김장을 담는 행사는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김장행사에서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지켜온 결속을 다지는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여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행사는 김치의 맛, 기능, 안전, 건강이라는 네가지의 미덕 위에 더하여 공동체결속성이라는 덕을 추가하여 김치의 오덕(五德)을 만방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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